국민건강보험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도록 한 법안이 지난해를 끝으로 자동 폐지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국민 건강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15일 서울 마포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건강보험의 주 수입재원이 건강보험료와 정부지원이기 때문에 정부지원의 책임성과 안전성을 강화해야 국민 부담이 줄어든다”며 “재원이 안 되면 보험료를 맞추기 위해 그것(건강보험료)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재정의 약 20%를 국고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의 법적 근거가 지난해 12월31일부로 사라진 탓이다. 국회에선 지난해 12월까지 머리를 맞댔지만, 일몰 시한을 5년으로 연장하자는 정부·여당과 일몰제 폐지를 요구한 야당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법적 근거가 사라지면서 정부가 올해 건보 예산으로 편성한 10조9702억원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는다면 당장 2024년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
강 이사장은 국고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건강보험에 적정한 국가 책임성이 강화돼야 하고 이 부분에 법적인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5년 일몰과 일몰제 폐지 중 어떤 안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좀더 안정적으로 개정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을 아꼈다.
건강보험 기금화에 대해서도 숙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외부 통제나 투명성 부분을 강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건강보험 특성상 수익과 지출에 따라 달리 운영되는 단기보험이고, 수가를 정하는 과정 등 전문성이 강조되는 부분이 있다. 기금화 방식에 대해서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료율 상한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법으로 정한 보험료율 상한선은 8%인데, 현재 보험료율은 7.09%로, 상한 도달 시점이 임박했다. 강 이사장은 “과거 2027년도 되면 보험료가 8% 이상으로 갈 것이라고 예측됐는데, 이는 인상률 3.2%를 전제로 한 결과”라며 “올해 1.49% 인상됐고, 앞으로도 이렇게 간다면 상한 도달 시점은 2030년을 넘어간다. 아직은 상한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 지출 관리나 재정 건전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 이사장은 지난해 건강보험료 46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사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상태다. 여러가지 재발 방지 대책을 통해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