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3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기준금리가 현재의 3.50%로 유지되면 지난해 4월부터 7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인상된 기록은 마감된다. 반대로 만약 금리가 인상되면 8차례 연속 기록이다.
금통위가 동결을 결정하면 미국과의 격차는 1.25%p로 유지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2일 올해 첫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50∼4.75%로 인상했다.
시장과 전문가들이 동결 전망에 무게를 싣는 근거는 불안한 경기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 속보치)은 -0.4%로 돌아섰다. 2년 반 만의 역성장이다. 한은은 올해 1분기 플러스 성장 전환을 예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고물가·고금리 등 대내외 성장 동력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5억4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업황 악화로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수출액이 거의 반토막(43.9%) 났다.
반면 공공요금에 이어 식료품비 인상 등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고 소비자물가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이 3개월 만에 다시 4%대에 진입하면서 금리 인상으로 물가 안정을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은 1월(3.9%)보다 0.1%p 오른 4.0%로 집계됐다.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2%로 5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23년 기준금리 예측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국내 물가 불안 등 기준금리 인상 압력 요인으로 연말까지 3.75~4.0%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