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에서 돌아온 ‘오너’ 문현준(T1)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KT전 준비가 부족했던 부분을 인정하면서, 이날 경기의 소득을 바탕으로 승자전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겠다고 각오했다.
T1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PO) 2라운드 KT 롤스터와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2로 승리했다. 승자전에 진출한 이들은 젠지e스포츠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맞대결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대결한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13인의 LCK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T1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T1은 이날 예상 외로 어려운 승부를 펼쳤다. 2대 2로 맞선 5세트에는 초반 연달아 실점하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주장 ‘페이커’ 이상혁을 중심으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 했다.
문현준은 다소 진이 빠진 기색을 하고 기자와 마주했다. ‘고생했다’고 인사를 건네자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게서 길고 치열했던 승부를 승리로 장식한 데에 대한 안도감과 후련함 등이 느껴졌다. 그는 “경기가 막 끝난 직후여서 정신이 없다. 어쨌든 승자전에 올라가게 돼서 좋다. 이겼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어렵사리 승리를 거둔 소감을 밝혔다.
문현준은 정규리그 5위 한화생명e스포츠가 아닌 3위 KT를 상대로 지목한 배경으로 밴픽적인 측면을 짚었다. 하지만 이날 KT가 준비한 밴픽이 훨씬 까다로워 고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어려운 승부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우리가 실수를 많이 하기도 했고, KT가 워낙 준비를 잘해 온 것 같아 게임이 많이 말렸다”면서 “‘트위스티드 페이트’ 같은 최근에 잘 나오지 않는 챔피언이 나오니 많이 당했다”고 덧붙였다.
문현준은 5세트 패색이 짙은 상황이었지만, 교전에 능한 조합적 강점을 근거로 집중력을 유지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첫 바론 교전에서 승리한 것이 분기점이었다. 그는 “이후부터 우리 조합 강점을 잘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상대 조합은 점점 힘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 승리를 다 잡았다고 봤는데 너무 신내서 이렇게까지 (힘든 승부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압박감 속에서도 웃으면서 여유롭게 임한 것도 승리 요인이다. 문현준은 “5세트는 20분 이후부터는 우리 팀 전부 웃으면서 게임했던 것 같다. 즐기되 집중력을 잘 유지하려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현준은 이날 승리로 얻은 수확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밴픽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정규리그에 쉽게 이긴 경기도 있어서 방심도 했다. 무심코 방심해 터진 게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 경각심을 가지고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경기로 우리의 문제점을 많이 찾았다. 5세트 끝에 이겼기 때문에 자신감도 찾았다. 승자조에 누가 오든 잘 체크해서 이겨 결승전까지 직행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현준은 승자전 맞대결 상대로는 젠지를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한화생명도 한화생명이지만 플레이오프가 변수가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솔직히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