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명 중 2명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만큼, 이번엔 의대 증원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5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리서치 전문 기관 서던포스트에 의뢰해 지난달 21~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66.7%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23.5%, 반대한다는 응답은 9.8%에 불과했다.
의대 증원 요구가 높은 것은 국민들이 현재 의료 현장에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사인력의 충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8.4%는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충분하다’는 응답은 41.6%에 그쳤다.
의료 취약지일수록 더욱 체감하는 모양새다. ‘의사 부족’ 응답률이 가장 높았던 전남(81.3%)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이다. 이어 울산(69.7%), 전북(69.4%), 충남(68.7%), 대전(65.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경험한 불편 내용으로는 ‘진료 대기시간 지연’이 69.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의사 부족에 따른 진료 예약의 어려움 57.9% △진료·검사와 관련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함 36.5% △응급상황 대처 지연 21.9% 등 응답이 나왔다.
의사인력 부족은 의료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다.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현상은 국내 필수의료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마찬가지다. 10대 청소년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을 헤매다 응급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사건에서도 역시 ‘전문의 부재’ 등을 이유로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보건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적정의료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은 명확하게 확인됐다”며 “정부는 더 늦추지 말고 불법의료 근절, 의대 정원 확대, 적정의료인력 기준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도 필수의료과 공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은 ‘의대 증원’에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공식적인 자리에서 의대 증원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사회적 공론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소아·응급·비대면 의료 대책’ 당·정 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 확보에 대해 정부에선 여러 차례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며 “가능한 한 빨리 결론을 내서 의료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한의사협회 측에 직접 의대 증원에 대해 논의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달 30일 제5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는 시급한 논의가 필요한 과제”라며 “일본은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유연하게 정원을 조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의협이 오는 23일 정기대의원총회를 여는 만큼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바람직한 인력 양성방안은 무엇인지 전문직 단체로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해달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응급의학과와 필수의료과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의대 증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파이가 커져도 특정 인기과 쏠림 현상은 그대로기 때문에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코로나19 유행 안정화 이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한 만큼,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화두를 던지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의협 관계자는 “협의체 제5차 회의에서 복지부가 의대 증원 의제를 사전 논의 없이 갑자기 꺼내, 현장에서 문제제기를 했다”며 “지난 정부에서 분명 코로나19 종식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사전 협의 없이 언급한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대 증원을 한다고 해도 양성하기까지 10~15년이 걸린다. 당장 시급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아마 논의를 할 것 같진 않다”며 “간호법, 의료법 개정안(의사면허취소법) 등의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 논의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