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병원 갈 때마다 연차… 이젠 고민 덜었어요” [병원 동행①]

“부모님 병원 갈 때마다 연차… 이젠 고민 덜었어요” [병원 동행①]

기사승인 2023-04-14 06:00:06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지면서 임모(57)씨는 한숨이 늘었다. 연로한 어르신을 홀로 복잡한 대형병원에 보낼 수 없어 매번 직장상사 눈치를 보며 휴가를 냈다. 그마저도 연차를 거의 소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다. 임모씨가 거주하는 담양에서 아버지가 계신 광주까지 매번 왕복을 하며 피로감이 쌓인 것도 문제였다. 

그런 임모씨의 부담을 덜어준 건 ‘병원 동행 서비스’다. 동행 매니저가 병원으로 갈 때부터 귀가할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보호자처럼 함께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집 앞 등 원하는 장소로 직접 찾아와 병원에서의 접수·수납, 각종 검사실·시술실 이동 안내, 예약, 처방전·약품 수령, 투약 지도, 진료 정보 보호자 전달 등 전반적인 보호자 역할을 수행한다.

서비스 이용에 걸림돌은 있었다. 부모님을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맡겨도 될까, 임모씨는 오래 고민했다. 그렇다고 어르신을 혼자 복잡한 병원에 보내기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의사의 진단을 부모님이 알아들을 리도 만무했다.

임모씨는 “병원 방문 횟수가 점점 늘며 직장에 연차 휴가를 내기 눈치 보였다. 자식 된 도리로 병원에 함께 가는 것도 맞지만, 매번 담양에서 광주까지 왔다갔다하며 피로가 심해져 아버지께 짜증을 내는 일도 잦아졌다”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병원 동행 서비스를 찾아보고 이용할지 말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걱정 끝에 이용한 서비스는 만족도가 높았다. 그는 “생면부지인 남에게 부모님을 맡긴다는 것이 불안하긴 했다”면서도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함께 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컸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저보다 동행 매니저를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아버지도 자식들에게 미안하고 짐이 된다는 마음을 덜 수 있어 가족 관계도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부모와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아 응급 상황 발생 시 손쓸 수 없을 때에도 유용한 서비스다. 병원 동행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모(41)씨는 “경기도 안산에서 홀로 사는 어머님께서 넘어져 허리를 다쳤는데, 제주도에 사는 따님이 바로 올 수가 없어 제가 대신 병원에 동행해 입원 수속까지 진행했다”며 “따님께서 병원 동행 서비스가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이 같은 수요층이 증가하면서 병원 동행 서비스도 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21년 11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1인 가구 병원안심동행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1인 가구 뿐 아니라 가족이 있어도 생업 등으로 돌봐줄 사람이 없어 도움이 필요한 시민도 서비스 대상이다. 시간당 5000원의 자부담금이 발생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서비스 이용 만족도는 96.3%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 경기도 5개 시·군, 인천시, 강원도 3개소 등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다만 기초연금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거나 사업 시행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민간 서비스 이용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민간 서비스는 1시간당 2만원~2만5000원 선에서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병원 동행 서비스 사업 미시행 지자체에 거주하고 있는 임모씨는 “지방에는 서비스 자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자식들이 매번 직장에 휴가를 내고 동행하는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민간 서비스 가격대가 비싸다고 생각되진 않는다”면서 “지방에도 병원 동행 서비스가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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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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