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위해 ‘무기한 단식’ 투쟁까지 감행하며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나섰다.
간협은 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50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을 대표해 사생결단의 각오로 협회 회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 번의 국회 입법 시도 끝에 본회의 의결이라는 결실을 맺은 간호법을 두고 정부와 여당은 공공연하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건)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하면서 그간 논의와 입법과정을 모두 물거품으로 돌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간호법을 공포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간협은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측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 등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간호사의 단독진료를 뒷받침하며,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법안이라며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탁영란 간협 제1부회장은 “의협과 간무협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허위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간호사 업무는 의료법과 동일하게 규정했고 간무협도 법정단체로 규정됐다. 무엇이 부족해 허위 주장을 그치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의협과 간무협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17일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탁 부회장은 “두 단체가 힘을 모아 휴업을 빙자한 단체 진료거부를 일삼으면서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보건의료 직역단체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불법 진료거부”라며 “즉각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 진료거부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간호법 제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보건복지부 태도에도 유감을 표했다. 김영경 간협 회장은 “선진국과 같이 국민을 위해 앞장서서 간호법을 제정해도 모자랄 판에 편향된 입장에 서서 갈등을 방조하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헌법상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한 것이며 국민 전체를 위한 봉사자로서 절대 가져서는 안 되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대통령실을 향해 간호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외쳤다. 박남희 부산광역시 간호회장은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가 부족한 것은 물론, 의료인의 60%를 담당하는 간호사는 병원에서 입사 1년 내에 절반이 퇴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다”라며 “간호법은 우리 보건의료의 미래를 지탱하고 간호와 돌봄 수요를 충족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05년부터 논의됐던 간호법 제정을 이제 와서 수포로 돌리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간호법은 국민과의 약속이자 미래 국가 보건정책을 위한 참 해법이다. 부디 간호법이 최종적 법률로 확정될 수 있도록 공포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는 2024년 4월 총선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들은 “22대 국회에서 책임을 묻기 위해 오늘 전국 16개 시도 지역별로 총선기획단을 출범한다”며 “전국 50만 간호사와 12만 예비간호사가 1인 1정당에 가입하고 가장 공식적인 의사표현 수단이자 기본 권리인 투표를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영경 간협 회장을 비롯한 간호계 대표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간호협회 회관 앞에 단식천막을 세우고 무기한 단식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