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맥주에 대해 잘 모르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설명을 들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많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16일 오후 1시 반 즈음 깔끔한 건물들 사이로 이질적인 초록색 공간이 눈에 띈다. 세븐브로이의 ‘대표 밀맥주’를 홍보하는 팝업스토어 숲속양조장이다.
서울 강북구에서 어머니 김모(54)씨와 함께 온 한모(27)씨는 “SNS에서 보고 찾아왔다. 어머니와 함께 분위기 좋은 곳에 와 들뜬다”고 말했다. 김모(54)씨 역시 “딸과 함께 와 좋다. 부담 없이 맥주를 시음하며 이야기 나누는 중이다”라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세븐브로이는 맥주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편하게 접하는 걸 목표로 상품을 개발했다. 대표밀맥주를 탄생시킨 김희상 세븐브로이 부사장은 레시피 아이디어는 딸에게서, 완성하고 나서는 어머니와 아내에게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3대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맥주인 셈이다.
숲속양조장 공간에는 김모씨 모녀 외에도 연인, 친구들, 외국인들이 눈에 띄었다. 팝업스토어는 주로 청년들이 찾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 연령에서 편하게 즐기는 맥주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대학교 동창들이랑 온 안모(53)씨는 “원래 팝업스토어 잘 안 다닌다. 일일이 찾아다니는 거에 관심이 없기도 하다”면서도 “얼마 전 숲속양조장 관련 글을 보고 ‘여기는 친구들이랑 와야 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행인 조모(53)씨 역시 “1년 만에 동창회다. 일반 매장보다 새로운 게 많아서 좋다”고 밝혔다. 총 5명인 이들은 셀카봉을 챙겨와 팝업스토어 곳곳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분주했다.
숲속양조장은 맥주 소개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고객 참여도가 높았다. 행사장에는 세븐브로이 대표 캐릭터 세로와 맥주 캐릭터 대범이의 엄지 손가락만한 판넬이 구석구석 숨겨져 있다. 사람들은 보물찾기 하듯 캐릭터를 발견해 사진을 촬영했다. 촬영 후 스태프에게 보여주면 뽑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방문객들은 대범이와 세로가 어디 있냐며 일행에게 물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나 숲속양조장에서는 시그니처 캐릭터 대범이가 많이 보였다. 기존 대한제분과 협업해 개발한 곰표 밀맥주는 이름에 맞게 하얀 곰이 특징이었다. 재계약이 불발하자 기존 상품과 맛은 똑같지만 패키지와 캐릭터, 이름을 바꿔 출시한 게 이번 상품이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호랑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대표’라는 이름에 맞게 시그니처 캐릭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지나가다 편하게 방문했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여행 온 지 2주째라는 엠마(emma)(22)는 “날이 더워 목이 말랐는데 맥주 팝업스토어라 해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편하게 즐길 수 있지만 다양한 제품을 만나보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박모(53)씨는 “시음할 수 있는 맥주가 하나다”라며 “다른 맛도 맛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팝업스토어에서 선보이는 맥주는 대표밀맥주 한 종류뿐이다. 다른 종류의 수제 맥주는 시음은 없이 판매만 진행하고 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곰표밀맥주와 똑같은 제품이지만 패키징을 새로 하게 돼 같은 상품이라는 걸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해당 상품에만 집중하기 위해 이렇게 구성했다”고 말했다.
대한제분과 2022년 협업해 출시한 곰표밀맥주는 3년간 6000만 캔 판매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곰표밀맥주로 각인된 만큼 새롭게 브랜딩하는 게 최우선 목표인 셈이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성수 팝업을 시작으로 결과를 살펴보고 행사 등을 늘려갈 계획이다. 레저나 캠핑, 스포츠 쪽으로 기획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세븐브로이가 문을 연 지 20년 만에 처음이다. 곰표밀맥주로 대중에게 각인된 만큼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알려야 한다는 점이 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편하게 어우러질 수 있는 팝업스토어처럼 대표밀맥주 역시 다시 사람들에게 친숙해질 수 있을지가 세븐브로이 앞에 숙제로 남겨졌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