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 0.78명. 인구소멸 위기에 내몰린 정부가 부랴부랴 꺼내든 카드가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과 이민청 설립이다. 외국인 유입 문턱을 낮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인데, 실효성 논란에 부딪혀 추진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우선 서울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동남아시아 국가 등 외국인 가사도우미 약 100명이 서비스를 제공할 전망이다.
현재 가사도우미는 내국인과 중국 동포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이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출신 외국인에게도 열어줄 계획이다. 외국 인력이 가사 근로자로 취업하기 위해 비전문인력(E-9) 비자를 받고 한국에 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더 저렴한 시급으로 가사도우미 고용이 가능해진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월급은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해 약 170~200만원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인 가사도우미(월 300만원대)나 중국 동포(월 250만원대) 보다 30% 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외국 인력을 활용하는 정책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제안한 ‘이민청 설립’도 대표적 대안으로 꼽힌다. 젊은 해외 인력을 유입해 생산인구를 늘리고, 국제결혼을 장려하는 등 이주민 유입을 확대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과 이민청 설립이 본격화되면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제도 도입한 싱가포르도 ‘1.05명’… 실효성 의문
정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도입되면 저출산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육아 비용 부담’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이 주로 맡고 있는 가사노동 부담을 줄여 경력 단절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남에 따라 가사노동 서비스 수요가 증가한 데 비해 국내 가사근로자가 줄어드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출산 해법이 될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미 제도를 도입한 홍콩,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각각 0.7명, 1.05명이다. 0.7명인 한국과 꼴찌를 앞다투는 수준이다.
싱가포르의 제도 도입 목적이 ‘저출산 대응’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국회도서관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싱가포르의 저출산 대응 정책과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보고서는 “출산율 증가가 아닌 싱가포르 여성 경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인구가 적은 섬나라의 특성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수요자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9살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한모(46)씨는 “내국인도 불안한데, 언어나 문화적 차이가 있는 외국인을 믿고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월 200만원이면 월급과 맞먹는 수준이다. 고소득층이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3살 아이의 부모로,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김모(35)씨는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고려해볼 순 있을 것 같다”면서도 “정책 방향이 주객이 전도됐다. 부모가 아이랑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정공법도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해답을 찾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 시각도 회의적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주민 유입 확대를 통한 저출산 대응 방식은 큰 그림에선 맞는 이야기”라면서도 “외국인 유입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고려해 외국인 가사도우미와 고용주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관련 규정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저출산 대응이 급하다고 서둘러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