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눈치보지 않고 직장 내 모‧부성권 보호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문화를 정착에 발벗고 나선다. 일‧생활 균형을 어렵게 하는 기업문화와 직장 내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저출생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는 진단에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합계출산율은 0.5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합계출산율은 만 15~49세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균적인 출생아 수를 말한다.
서울시는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6월부터 ‘서울시 일‧생활 균형 3종 세트’를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을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 일하는 엄마아빠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모‧부성권 보호제도를 적극 사용하도록 사업주가 나서서 활성화한다는 목표다.
실제 서울특별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가 육아휴직을 사용했거나 육아휴직에 대한 의견이 있는 직장인 254명(여성 201명, 남성 53명)에게 설문조사(2022년 12월)한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 시 가장 어려운 점 1위는 ‘회사와 동료의 눈치’(38.8%)로 나타났다. 이어 ‘사업주의 육아휴직 거부 또는 권고사직, 해고 위협’, ‘육아휴직 복귀 후 권고사직, 해고 또는 부당전보, 부당전직’ 순이다.
서울시가 이런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서울시 일‧생활 균형 3종 세트’에는 △배우자 출산휴가(10일) 의무 사용 △눈치보지 않는 육아휴직 사용 분위기 조성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서면권고(연 1회) 등이 담겼다. 공공부터 선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는 6월 1일부터, 시 산하 투자‧출연기관(26개)은 9월1일부터 시행한 후 민간기업으로 확산을 유도한다.
우선 서울시는 국내 최초로 ‘배우자 출산휴가 의무사용제’를 도입한다. 정책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눈치가 보여 10일을 모두 청구해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을 반영해 직원의 청구가 없을 경우 사업주가 기한 내에 남은 휴가일수 만큼 휴가를 자동으로 부여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눈치보지 않고,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걱정없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사업주가 정기적으로 육아휴직 사용을 서면으로 권고하고,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지 모니터링도 실시한다. 또한 복직 이후 빠른 업무 적응을 돕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추진하도록 한다.
서울시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엄마아빠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적극 사용하도록 사업주가 정기적으로(연 1회) 서면권고하여 육아를 하면서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한다.
서울시는 3종 세트를 통해 우선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부터 활성화시킨 후 일‧생활 균형 직장문화 조성을 위한 새로운 제도를 계속 발굴‧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밖에 서울시는 각종 법령과 규정에 산발적으로 흩어져있고 신청 방법‧절차 등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일‧생활 균형 관련 제도들을 하나로 묶어 ‘서울형 일·생활 균형 표준규정’을 올해 하반기에 마련한다. 이를 토대로 일‧생활 균형 문화조성에 동참을 희망하는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무료로 ‘일‧생활 균형 규정 정비 컨설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초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의 하나로 직장문화 개선이 꼽히는 가운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맞벌이 부부의 고충 해결을 위해 ‘서울시 일‧생활 균형 3종 세트’를 선도적으로 시행하게 됐다”라며 “서울시와 투자‧출연기관부터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기업으로 확산해 우리 사회에 일‧생활 균형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