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관례를 무시하고 ‘전랑외교(중국이 경제력‧군사력 바탕으로 공세적 외교를 지향하는 것)’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중국 대사들의 발언이 점차 거칠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선 추방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싱하이밍 중국 주한 대사는 한중관계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했다. 그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사 관저로 초청해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배팅하고 있다”며 “이는 잘못된 판단이고 역사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는 한국 정부를 향한 비판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에선 싱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커지고 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9일 블로그를 통해 “아무리 막말외교 중국이지만 싱 대사의 발언이 심각하다. 이 대표를 1회용으로 써먹자고 생각한 후 작심하고 내정간섭을 했다”며 “좌파정치인들의 중국에 대한 착시 역시 심하다”고 지적했다.
전랑외교를 펼치는 중국 대사들에 대한 추방과 비판 사례를 세계 각국에서 볼 수 있다. 최근 캐나다 정부는 자국 정치인 사찰 논란이 있던 중국 외교관을 추방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지난달 8일 성명을 내고 “자국의 내정에 대한 타국의 어떤 간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캐나다 주재 외교관들에게 이런 행동에 가담하면 본국으로 보낼 것이라는 경고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자오웨이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백지시위에 대해 외부 세력의 사주를 받은 색깔혁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지시위는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며 시작된 시위다.
루사예 대사는 지난해 12월 7일(현지시간) 프랑스 외교기자 협회 만찬에서 백지시위에 대해 “외부 반중세력이 SNS를 통해 대중을 선동했다”며 “백지시위는 백색이지만 색깔혁명이다. 흰색도 하나의 색깔”이라고 밝혔다. 색깔혁명은 구소련권과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2000년대 이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일컫는다. 이들 문화권 국가에게 비판받는 대상에 서길 자처했다.
중국 대사들의 강한 발언들이 계속되자 국내에서도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9일 외교부 청사에서 싱 대사를 직접 불러 비상식적이고 도발적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서도 갑질외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10일 논평을 통해 “외교폭력, 갑질 외교의 전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싱 대사의 이번 행태는 대한민국을 주머니 속 공깃돌로 취급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9일 국회에서 열린 제7차 전국위원회에서 “싱 대사는 한‧중관계 악화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고 대한민국을 향해 반드시 후회할 거라고 하는 비난을 했다”며 “명백한 내정간섭이고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라고 규탄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