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주 4.5일제를 통한 노동 시간 단축을 주장하고 나섰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국회도서관에서 2023년 제2차 금융노동포럼 ‘노동 시간 단축: 주 4.5일제 가능한가?’가 열렸다. 전국금융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이 주최했다.
최근 주 4일제, 주 4.5일제를 시행하거나 추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달부터 월 1회 금요일에 쉬는 근무제를 시작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부터 매월 세 번째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게임즈 등 IT 업계에서도 부분 주 4일제나 주 4.5일제를 채택한 기업들이 많다.
과거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앞장섰던 금융노동자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주 4.5일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외쳤다. 금융노조가 노동 시간 단축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금융 산업은 산업과 경제의 혈맥으로 표현되는 만큼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파급 효과가 크다”며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 단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 등 금융권에서 주 5일제를 이끌지 않았다면, 여전히 노동 시간 양극화가 지속됐을 것”이라며 “과거 노동 시간 단축을 주도한 금융산업 노동조합이 주 4.5일제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주 4.5일제 도입을 두고 “노동 시간 문제는 삶과 건강에 있어 중요한 문제”라며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발제를 맡은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과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해당 근무제를 일자리 창출 등과 연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진 이사장은 “주 4.5일제는 동전 앞뒤처럼 좋은 일자리 창출 등과 함께해야 한다”며 “현재 직원 3명으로 운영되는 은행 창구도 주 4.5일제에선 직원 4명이 필요해, 1명을 추가 고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희 소장은 “삶의 질 향상만이 아닌 사회, 보편적 목표도 설정돼야 한다”면서 “일과 삶의 균형과 일자리 창출 등 전 사회적 공동 목표를 겸비했을 때 작동 방식이 쉬워질 수 있다”고 했다.
주 4.5일제를 도입하려면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진희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대 측을 설득하기 위해선 논리와 근거를 갖춰야 한다”며 “주 5일제에서 주 4.5일제로, 기본 규범을 바꾸는 것을 두고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노동 시간이 줄어도 과로사는 증가 추세”라면서 “과로 문제가 주 4.5일제를 도입해야 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주 4.5일제 도입을 노동 시간 단축이 아닌 사회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형선 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주 4.5일제를 통해 한국 사회가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출산, 육아, 부동산 문제도 주 4.5일제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며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을 지원해 노동 시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저출생은 더 이상 돈의 문제가 아니다. 양육할 시간을 주기 위해 주4.5일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