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면서 아예 못 먹을 수도, 길면 대개 1~2년에 한해 먹을 수 있는 게 있다. 바로 ‘모유’다
그만큼 귀해서일까. 모유 먹은 아기는 분유 먹은 아기보다 머리가 더 좋고, 키도 더 크고, 커서 병에도 덜 걸린다고 한다. 모유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길래 이렇게 엄청난 효험이 있는 걸까.
양신호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용성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최세경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Q. 모유에는 어떤 성분과 효능이 있나요?
양신호 교수=모유는 영아에게 가장 이상적인 음식입니다. 모유에는 중추신경계 발달에 중요한 콜레스테롤과 DHA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엄마의 음식 섭취와 상관없이 모유의 양과 질은 영아의 성장 발달에 맞게 변화돼 나옵니다. 분만 후 며칠 동안은 노란색의 끈적거리는 초유가 분비되는데, 초유는 성숙유에 비해 면역 성분, 무기질 및 아미노산이 풍부한 반면 당과 지방은 적게 포함돼 있습니다. 초유 속에 들어 있는 면역글로불린A는 장내 세균으로부터 영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초유는 그 후 1~2주간의 이행성 유즙에서 분만 2주 후부터는 성숙유로 전환됩니다.
최세경 교수=모유는 실질적으로 아기의 건강에 필요한 모든 단백질과 당질, 지방을 함유하고 있으며 항체, 면역인자, 효소, 백혈구 등과 같이 면역체계에 도움을 주는 많은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모유 수유는 아기가 중이염, 구토, 설사, 폐렴, 요로감염, 특정 종류의 뇌척수막염 등에 덜 걸리게 할 뿐 아니라, 알레르기 질환 발병 가능성을 낮춥니다. 또한 충치 발생이 적고 치아 배열의 문제를 줄일 수 있으며, 예방접종에 대한 반응이 강화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Q. 모유를 오래 먹은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발달 성장에도 좋다는데 정말인가요?
양신호 교수=모유 수유를 한 아기와 분유만 먹고 성장한 아기의 IQ를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모유 수유한 아기의 IQ가 7~10 정도 높게 나타납니다. 신생아 때 호흡기질환이나 소화기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횟수도 적습니다.
최용성 교수=분유만 먹고 큰 아기는 모유를 먹고 자란 아기의 IQ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모유 먹고 자란 아이는 공부를 잘하고, 키도 클 뿐만 아니라 상기도 감염 가능성이 줄어들고 아토피, 천식, 대사증후군을 앓을 위험도 낮아져서 10살 전까지 상대적으로 입원율이 낮습니다. 또 수유 과정에서 엄마와의 스킨쉽을 통해 아기에게 모성애가 그대로 전달되면서 정서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최세경 교수=사회경제적 요인이나 엄마의 지능과 무관하게 영아기에 젖을 먹은 아이들이 분유수유아보다 지능지수나 다른 인지능력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또한 모유 수유는 엄마와 아기 사이의 애착을 증진시키며 이는 아이의 발달과정 중 내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Q. 모유 수유는 엄마의 건강에도 유익한가요?
양신호 교수=영아가 젖을 빨 때 반사적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돼 자궁을 수축시켜 산후 출혈을 예방합니다. 젖을 먹이는 기간 동안 젖분비호르몬(프로락틴)의 분비가 많아 배란을 억제시킵니다. 이를 통해 자연적인 피임효과와 수유를 통한 무월경으로 출산 후 실혈을 적게 할 수 있습니다. 젖분비호르몬은 모성애를 자극하며, 산후 우울증의 발생을 감소시킵니다. 젖을 먹이는 동안 칼로리 활용이 높아져 체중 감소에도 도움 됩니다. 더불어 칼슘 대사를 촉진시켜 골다공증의 발생이 줄고 유방암이나 난소암의 발생 빈도가 낮아집니다.
최용성 교수=모유 수유는 난소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 엄마들의 부인과질환 발병 위험을 줄여줍니다. 은근히 칼로리 소모가 많아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분만 후 붓기도 훨씬 더 잘 빠집니다.
Q. 모유 양이 너무 많거나 적을 때 혹은 안 나올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양신호 교수=모유 양이 적을 때는 유즙분비를 촉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려 젖꼭지를 자극함으로써 유즙분비호르몬이 분비되도록 합니다. 수유 전 유방 마사지를 하거나, 따뜻한 수건으로 유방을 감싸서 혈액 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반대로 모유 양이 많을 때는 수유 시간을 조절해 한 번에 먹는 양을 줄이고, 일정 시간 동안 한쪽 젖만 먹이면 됩니다.
Q. 올바른 모유 수유 자세가 궁금해요?
양신호 교수=바닥에 앉기보다는 침대에 걸터앉거나 팔걸이가 있는 안락의자, 흔들의자에 앉아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와 아기의 피부가 서로 닿도록 하고, 아기를 많이 관찰하는 게 좋습니다. 아기를 안는 자세는 취향과 상황에 따라 앞품에 안는 자세, 옆으로 누운 자세, 옆구리에 끼는 자세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세경 교수=너무 앞으로 몸을 기울이거나 뒤로 기대면 안 되며, 등을 뒤로 기대고 무릎에 베개를 받칩니다. 그리고 유방 높이까지 올려서 지탱할 수 있도록 베개나 쿠션을 아기 몸 아래에 충분히 받칩니다. 아기를 안을 때에는 아기 몸 전체가 엄마 몸을 향하게 합니다. 목이 비틀린 상태로 젖을 먹으면 삼키는 데 힘이 들고, 유두에 상처를 입을 수 있어 아기의 귀, 어깨, 엉덩이가 일직선이 되도록 합니다.
아기의 목은 약간 뒤로 젖혀져야 삼키기가 쉽습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 아기의 아래 입술에 유방이 먼저 닿게 해 아래쪽 유륜을 충분히 문 후 위쪽을 물도록 합니다. 아기의 입은 120도 정도 충분히 벌린 상태에서 젖을 물도록 합니다. 수유하는 동안 아기의 엄지는 아기 코 쪽으로, 나머지 네 손가락은 반대쪽으로 유방을 잡도록 하며 C자 혹은 U자 잡기식이 좋습니다.
젖몸살이 생기게 되면 자주 수유하며 수유할 때마다 유방을 완전히 비웁니다. 수유 전 뜨거운 물수건으로 찜질을 하거나 유방마사지를 하고 모유를 약간 짜주면서 유륜 부위를 부드럽게 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젖몸살이가 심할 경우에는 얼음찜질, 진통제, 해열제, 유축기를 이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Q. 수유는 얼마나 하는 게 좋나요?
양신호 교수=아기가 스스로 그만둘 때까지는 젖을 계속 물리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편으로 바꾼다든지, 불가피하게 수유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아기가 젖을 빨고 있을 때에는 아무리 느슨하게 물고 있는 듯해도 강제로 뽑아내려 해서는 안 됩니다. 아기의 흡입력이 강하기 때문에 잘 놓아주지 않을뿐더러 젖꼭지를 다칠 수 있습니다. 먼저 아기의 턱을 아래로 내리고 입술 모퉁이에서 잇몸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습니다. 이렇게 하면 바람의 느낌과 함께 아기의 빠는 힘이 약해지면서 쉽게 빼낼 수 있게 됩니다.
Q. 수유 중 엄마의 건강관리 방법을 알려주세요.
양신호 교수=성인 여성은 하루에 2000~2200kcal 정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한데, 임신 중에는 하루 300~400kcal, 수유 기간에는 500kcal 정도가 더 필요합니다. 수분은 갈증이 날 때마다 먹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식사의 수분을 포함해서 하루 2.5L면 충분합니다. 균형 잡힌 식사와 칼슘, 철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게 좋습니다. 철분제의 경우 모유의 함유량이 증가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체의 철분 저장을 위해 복용하는 것이 도움 됩니다.
Q.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양신호 교수=모유 수유를 하면 산모의 몸이 약해진다거나 산후풍이 심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유를 원해 약 처방을 청하는 엄마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유즙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들은 저혈압, 산욕기 뇌졸중, 간질, 협십증 등의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어 처방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단유를 해야 하는 의학적인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모유 수유를 가급적 생후 6개월까지는 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출산 후 수유 또는 임신과 관련해 궁금하거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들이 있을 때 담당 산부인과 주치의와 진료·상담을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담당 주치의만큼 산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결정을 내려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최용성 교수=저희 세 아이들 모두 모유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모유 수유는 아이의 평생 건강을 좌우할 수도 있습니다. 모유는 평생 살면서 단 1~2년만 먹을 수 있는 아주 귀한 음식입니다. 그래서 하루에 10번 정도 모유 수유를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최세경 교수=젖을 먹여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임신을 하고 분만을 하는 과정만큼 쉽지 않아요. 때로는 그보다 더 어려워요. 그러나 산모와 아기에게 많은 이점을 준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가능하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산모나 아기의 질병 문제로 인해 모유 수유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 또한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랬구나. 모유 수유의 힘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구나. 무려 면역 강화, 충치 예방 등을 가능하게 한다. 호흡기, 소화기 질환도 줄인다. 엄마를 지키고 엄마의 모성애를 전하는 소통이자 대화다. 아이의 정서까지 아우르는 모유 수유는 그 자체가 완벽한 선물이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