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페루전 패배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더불어 좋은 폼을 과시한 이강인(마요르카)에 대한 조언도 함께 남겼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평가전에서 0대 1로 패배했다. 전반 11분 브라이언 레이나에게 내준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결국 1골 차 패배를 떠안았다.
이로써 3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데뷔 후 3경기에서 1무2패에 머무르며 첫 승리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한국은 20일 대전에서 엘살바도르와 6월 2번째 A매치를 갖는다.
경기가 끝나고 클린스만 감독은 “초반 20~25분은 힘든 경기였다. 페루가 빌드업을 하며 라인을 올리는 장면에서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이지 못해 고전했다”라면서 “이후에는 그래도 페이스를 찾았고 후반전은 우리가 주도했다. 찬스는 많았으나 득점하지 못해 패했다. 후반전에는 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이어 “상대를 압박하면서 다부지게 경기를 풀었어야 했는데 공간이 벌어지면서 위협적인 장면이 나왔다”면서 “이후 선수들이 페이스를 찾고 적극적으로 붙었다. 투쟁심을 갖고 우리 흐름으로 가져온 점은 높게 사고 싶다”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초반 실점으로 경기 운영에 어려움도 있었으나 우리 페이스를 찾아간 것은 고무적이다. 골로 연결할 3~4차례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해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경기 내용을 돌아봤다.
이날 손흥민(토트넘)이 스포츠 탈장 수술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가운데, 이강인이 중심이 돼 경기를 풀어갔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은 남미에서도 유명한 선수가 됐고 페루가 항상 2~3명이 협력 수비를 했다”며 “어려운 점이 있었으나 그의 플레이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고 흡족해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은 그가 성장하는 시기다”라면서 “언제 드리블을 해야 하는지, 원 터치 후 공간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를 찾아야 하는 움직임도 보여야 한다”라면서 “이강인은 좋은 선수지만, 혼자서는 팀이 승리할 수 없다. 더 성장해야 한다”고 당부가 섞인 조언도 남겼다.
이날 대표팀은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나폴리), 김영권(울산 현대) 등 주축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소집 명단에 나서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해 수비력 불안을 노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부상 선수가 많았고 김민재도 합류하지 못했다”며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고, 어린 선수들과 경험 있는 선수들을 불러서 기량을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그는 “감독이라면 당연히 이기고 싶다. 패배에 화가 나기도 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아시안컵을 향한 여정 속에서도 (선수들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좋은 과정이 될 것이다. 손흥민, 김민재와 당연히 함께하고 싶지만 새로운 선수들을 보며 어떻게 꾸려갈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부산=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