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인터넷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책과 소설을 가져가고, 컴퓨터 하드웨어에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저장해 두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유학생들이 국제통화가 가능한 2G SIM카드를 개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 학기 초에 지도 선생님의 안내로 국제통신국에 가서 여권으로 신원을 확인한 후 개통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외국인들 간에만 통신이 가능한 선불 SIM카드였다. 통신료는 정해진 장소에서 충전카드를 구매하거나 현금으로 지불해야 했다.
국제전화를 하려면 1분당 약 2달러의 요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급한 일이 아니라면 부모님으로부터 국제전화를 받는 것이 더 저렴했다. 만약 급하게 부모님과 연락해야 할 일이 생기면,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끊은 다음, 다시 부모님이 내게 국제전화를 걸어 통신료를 아끼곤 했다.
인터넷을 하지 않고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는 말고 있는데,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런 상황의 유학생활이 즐거웠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인터넷에 몰두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때로는 조용히 책을 읽는 시간도 가졌다.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과 매일 대화를 나눴던 소중한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2013년쯤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모바일 3G 인터넷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약 120달러의 개통비를 지불하면 월25달러에 100M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시기에는 북한 핸드폰이 아닌 중국에서 가져온 애플이나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고, 비로소 실시간으로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연락할 수 있게 되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유학생 숙소까지 광대역 인터넷 설치가 가능 해졌으며 가격도 월 900달러에서 300달러로 인하되었다.
적으면 3~4명, 많으면6~7명이 하나의 광대역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 개인당 월 50~100달러 정도를 지불하면 데이터 제한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Wi-Fi 설치가 금지되어 있지만, 우리는 몰래 중국에서 가져온 Wi-Fi를 설치하여 노트북과 핸드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돌발적인 Wi-Fi 설치 검사가 있긴 하지만 미리 지운 뒤 숨겨놓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북한 유학 생활에서 가장 큰 비용은 인터넷 사용료였다. 그래도 숙소까지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어 데이터 걱정 없이 부모님과 영상 통화도 할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고 가끔 특정한 상황에서는 차단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에는 접속할 수 있었다. IP 주소도 북한으로 표시되어 있어 북한에서도 사용되었다는 어느 사이트의 보고서를 본 적도 있었다.
유학기간 동안 북한의 인터넷 통신 변화를 체감했던 것도 오랜 기억에 남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인터넷이 없으면 일상이 멈춰지는 지금의 시간 속에서 아날로그한 시간을 즐겼던 추억이 가끔씩 그리움으로 떠오른다.
육준우(陆俊羽·중국인유학생)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수료.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졸업. 2011~2016년 북한 김형직사범대학교 유학(조선어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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