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 대체제인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암 유발 물질로 분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로슈거’ 제품을 애용하던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아스파탐이 포함된 탄산음료 ‘펩시콜라’ 대신 다른 인공감미료인 아세설팜칼륨·수크랄로스가 든 ‘코카콜라’를 구입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WHO의 공식 발표를 토대로 위해성 평가를 진행해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IARC는 인체 발암 위험이 있는 물질을 5개 군으로 분류한다. 아스파탐이 분류될 2B군은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인체에 대한 자료나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알로에베라, 채소 절임, 전자파 등이 이 그룹에 해당한다. 발암 물질인 1군엔 담배, 석면 등이, 발암추정물질인 2A군엔 붉은 고기, 우레탄 등이 속한다.
건강한 단맛을 위해 무설탕 식품을 찾았던 소비자 사이에선 발암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된다면 다른 인공감미료가 포함된 제품을 찾아야 할지, 차라리 설탕이 든 제품을 구입하는 게 안전한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강모(29·남) 씨는 “그동안 건강을 위해 제로콜라를 즐겨 마셨다”며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먹던 펩시콜라 대신 아스파탐이 들어있지 않은 코카콜라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6살 아이 부모인 윤모(41·여) 씨도 “아이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이라 걱정이 돼서 요즘은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확인해 구입하고 있다. 발표가 나기 전까진 인공감미료 보단 천연감미료나 설탕이 든 식품을 구입하려 한다”면서 “혼란이 커지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된 위해성 평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소비자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식품업계는 아스파탐 대신 수크랄로스 등 다른 대체제로 변경할 계획을 세우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스파탐 뿐 아니라 코카콜라에 포함돼 있다고 알려진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인공감미료 자체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WHO는 지난 5월15일(현지시간) 발표한 ‘비설탕 감미료(NSS)에 대한 지침’을 통해 체중 감량 효과가 없으며, 장기간 섭취하면 2형 당뇨병과 뇌졸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설탕 감미료는 아스파탐, 사카린,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와 스테비아 등 천연감미료를 모두 포함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WHO 공식 발표를 본 뒤 판단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면서도 “만약 아스파탐의 발암 위험성이 명백히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전반적인 인공감미료 소비를 줄이는 방향이 적절하다. ‘아스파탐 이외에 다른 인공감미료는 괜찮다’는 식의 방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정하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아직까진 어떤 성분이 안전하지 않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아스파탐이 분류될 2B군에는 피클, 커피도 포함돼 있다. 현재로선 명백하게 암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없으니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스파탐은 설탕에 비해 단맛 대비 열량이 낮고, 혈당을 빠르게 높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스파탐도 많이 먹으면 단맛에 대한 선호도가 커져 당류 섭취를 증가시킬 수 있다. 체중이나 혈당조절을 위해 인공감미료를 섭취하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며 “아스파탐을 비롯해 수크랄로스, 설탕 등 감미료 섭취 자체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처는 국민 섭취량이 허용치 이내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체중이 35㎏인 어린이가 다이어트 콜라 1캔(250㎖·아스파탐 약 43㎎ 기준)을 하루에 55캔 이상 매일 마셔야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초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