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유공자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를 통과했다. 보훈부와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시 대통령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유공자법은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해당 법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민주유공자법은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외에 다른 참가자들도 유공자로 지정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취업‧주택 지원 등에서 특혜 논란이 있어 제외되고 양로‧의료비 지원 등만이 남게 됐다. 여당은 해당 법안 통과 시 공안사건인 남민전 사건, 경찰 7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동의대 사건 등이 국가유공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훈부와 여당은 민주유공자법 상정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10일 페이스북에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언젠가 민주화에 대한 공만 추켜세워지다가 민주화 유공자로 부활할 수 있다”며 “이를 방관한다면 진짜 유공자는 좌파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집요하게 짓밟히고 죽이기를 당할 것이고 가짜 유공자는 무한정 복제돼 득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현 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건의를 시사했다. 그는 지난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훈심사위원회는 전쟁터에서 전사나 부상을 당했을 때 이들의 상위 등급을 판단하는 곳”이라며 “법의 기본이 덜 갖춰진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유공자를 정하겠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태라면 국가보훈부 장관을 그만두더라도 당연히 거부권을 건의하겠다”며 “지금은 법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정무위 의원들은 지난 4일 소위에서 법안이 의결되자 퇴장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민주유공자 예우법을 단독 날치기처리 했다”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등 민주당의 입법독주를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국회에서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이 국회 법안 통과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내비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 지지기반을 회복하려는 측면을 보이고 있다”며 “법적으로 타당성이 있지만 지금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되는 대목도 없지 않아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역시 야당이 국회에서 이런 문제를 풀 수 있게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 역시 민주유공자법 통과와 관련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요한 정치평론가는 같은 날 쿠키뉴스에 “여야는 이제 진짜 정치력을 보여달라”며 “우리가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갈 때 현재를 어떻게 슬기로운 발판으로 만들 것인지는 오로지 정치의 몫”이라고 했다.
아울러 “과함도 모자람도 없이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감정적으로 정리할 부분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어두웠던 과거사를 어떻게 슬기롭게 역사화 시킬 것인지에 대한 예민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