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의 설계사 선정을 위한 공모절차를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15일 예정된 조합원 투표는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앞서 11일 강남구 압구정 일대를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로 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 이동률 대변인은 14일 긴급브리핑을 통해 “재건축 규정과 조합의 공모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현재의 공모 절차는 중단토록 시정명령도 내렸다”면서 “설계공모 당선만을 목적으로 주민들을 현혹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처하고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는 압구정3구역 설계안 공모에서 친환경 인센티브 등을 통해 현행 용적률 기준 300%를 초과하는 360%로 재건축안을 제출했다. 또한 임대주택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서울시는 주민설명회에서 용적률 300% 이하, 임대주택 소셜믹스 등을 핵심으로 하는 신속통합 정비지원 계획안을 제시했고 압구정 3구역 조합이 공고한 재건축 설계공모 운영기준에도 심사 시 실격 처리 대상에 위 용적률을 300% 이내로 정하고 있다”면서 “설계회사의 공모안은 현행 기준상 불가능한 안이라고 발표했음에도, 정비계획 입안 단계에서 변경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들이 제시한 용적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그릇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는 설계공모 과정에서 생긴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사기 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 방해’ 혐의로 희림 등 설계회사 2곳을 지난 11일 서초경찰서에 고발 조치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지난 수십 년간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 과정상 설계사무소와 시공사 선정 중 벌어지는 금품살포, 과대 홍보 등 진흙탕 싸움은 비일비재했다. 이로 인해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에 관여하는 조합 관계자, 설계사, 시공사 종사자들이 이권 개입과 관련해 부지기수로 사법처리를 받아 왔다”며 “이번 신통기획이 확정된 압구정 3구역의 설계용역사 선정 과정 역시 과거에 반복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이어 “몇 차례에 걸쳐 신통기획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을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위반한 설계안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능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조합원들을 현혹해 무리한 사업계획으로 선정된 후 인허가 관청과의 지난한 협의 과정으로 조정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불미스러운 관행을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신통기획의 핵심 가치다. 서울시 어느 단 한 곳의 사업장도 이 원칙의 예외로 진행된 곳이 없고 압구정 역시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정비사업의 설계사, 시공사 선정에 있어 분명한 원칙을 세워나갈 것을 선언한다”며 “설계사,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서울시의 공공계획과 전혀 다른 안으로 일단 설계 공모 당선만을 목적으로 하는 과대포장, 무책임한 낚시성 계획안으로 공정해야 할 경쟁을 이전투구로 만드는 행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