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책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일은 개인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필자가 기획하고 저자로 참여한 책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가 일본 출판사 미디어펄에 저작권이 팔려 2018년 11월 11일 한국과 일본에 동시 출판되었다.
미디어펄의 시모무라 데루오 사장은 일본의 제법 규모가 있는 출판사에서 편집장까지 근무하고 정년퇴직 후 출판 및 미디어 관련 도서들을 뚝심 있게 출판한다.
시모무라 데루오 사장과 한국과 일본의 출판정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일본 정부가 출판사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국가가 도서를 선정해서 구매해주는 정책 등 출판정책이 무엇인지를 물어보았다. 시모무라 데루오 사장은
“출판은 기본적으로 저널리즘을 추구해야 하는데, 출판사가 정부에게 지원을 바라는 것은 맞지 않다. 또한 일본은 한국처럼 국가가 출판사의 도서를 선정해서 직접 구매해주지 않는다. 오랫동안 출판사에 종사하면서 정부에게 지원을 요구한 적이 없고 바라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출판산업 분야도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한국은 공공도서관이 2021년 1208곳인 반면, 일본은 공공도서관이 전국적으로 4000곳에 달한다.
한국은 출판업이 면세사업장인 반면, 일본은 출판업이 과세사업장으로 10% 세금을 낸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책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측면으로 정책을 펼쳤다면, 앞으로는 독자를 늘리고 독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독자를 만들어내는 독서정책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선진국 수준의 공공도서관 확충뿐만 아니라 도서구입비 등 장서예산 증액 등 도서관을 포함하여 독서문화 인프라 조성에 국가가 세금을 더 많이 투여해야 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세종도서 선정, 한국문학번역원, 서울국제도서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8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고보조금이 투입되는 서울도서전에 대한 자체 감사 결과에 따라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서울국제도서전 대표 등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문서 위·변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출판진흥법이 있고, 공공기관으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있으며, 5년마다 출판진흥5개년계획을 세운다.
세종도서, 문학나눔 등 도서를 선정하여 직접 구매해주는 제도들도 있다. 그러나 출판산업은 해가 갈수록 어렵다. 지금까지 시행해 온 출판진흥정책에 대한 평가와 성찰을 통해 업계 스스로 혁신하고자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공적이고 열린 논의를 통해 운영 방식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책문화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의 정책 대상은 협회가 돼서는 안 된다. 협회 등 단체들이 정부의 정책 파트너가 지속되다 보니 고인물이 되고 기득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정책수립과 시행을 할 때 다양성을 지향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요한 이유이다. 무엇보다 출판의 철학과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이다.
◇정윤희
책문화생태학자로서 책문화생태계 담론 생산과 확산에 기여해 왔다. 언론매체 전공으로 언론학 석사학위를,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사회적기업 책문화네트워크 대표,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 건국대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생태적 글쓰기를 하는 마음》 《문화민주주의 실천과 가능성》 《책문화생태론》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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