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보험 위탁업무 부실 책임 소재를 두고 은행권과 분쟁 중이다. HUG가 악성임대인에게서 회수해야 할 보증금만 1조 원에 달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UG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 5건을 진행 중이다.
은행이 보증보험 위탁업무를 하면서 오류를 범하는 유형은 대개 두 가지로, 주택가격 산정 순서를 지키지 않을 때와 선순위채권 금액을 과소평가할 때다.
위탁은행이 주택 가격을 산정할 땐 먼저 KB시세를 적용하고 그 다음 공시가격 일정 비율을 적용하는데, 이 순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오류가 발생한다.
선순위 채권 금액과 전세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주택가액 보다 적어야 보증보험을 발급할 수 있다. 그런데 선순위 채권 금액을 착각해 보증을 발급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은행이 세입자 전입날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법률적으로 임대차 내용을 주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보증을 해주는 경우도 다툼 소지가 된다.
보증보험 위탁 업무 오류가 나면 HUG는 대위변제로 임차인을 우선 보호하고, 은행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분쟁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HUG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은 손실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HUG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했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추후 구상권을 행사해 이를 집주인에게서 회수한다.
HUG 대위변제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위변제액은 2021년 5040억원에서 지난해 9241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 1~5월 대위변제액만 1조565억원이다. HUG가 악성임대인(집중관리다주택채무자)에게서 회수할 대위변제액도 만만찮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HUG가 관리 중인 악성임대인은 4월말 기준 310명이며, 이들을 대신해 HUG가 갚아준 전세보증금은 1조3081억원이다.
악성임대인 중 상위 10명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HUG가 변재해준 금액은 5038억원으로 전체 대위변제액의 38%에 달한다.
HUG 관계자는 “임차인을 위한 보증이 은행과 임차인 이렇게 두 개가 들어가는데 임차인을 위한 건 이행한 상황이고 은행에 과실로 보이는 게 있어서 그걸 회수하려고 소송을 진행 중인 것”이라며 “악성임대인 대위변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어 “악성임대인 채권은 보다 속도감 있게 회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