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 18억회, 4조9000억원. K콘텐츠가 거둔 수확이 아니다. 앱 통계치를 분석하는 모바일인덱스 추산 결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무단 유통한 동영상 콘텐츠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이처럼 억 단위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트 누적 접속자는 8300만명에 달했다. 누누티비는 정부 부처의 공동 대응으로 지난 4월 폐쇄됐다. 이후 민당정협의체를 통해 ‘K콘텐츠 불법 유통 근절 대책’이 나왔다.
해외에서 K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저작권 침해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 3월 공개한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는 해당 플랫폼이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서도 인기였다. 국내 방송·제작사와 정식 판권 계약을 거치지 않고 불법유통돼서다. ‘더 글로리’를 비롯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JTBC ‘재벌집 막내아들’, 디즈니+ ‘카지노’ 역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정부가 중국 내 저작권 침해에 대응한 건수는 지난 5월 2만건을 넘겼다. 지난해 동 기간 대비 17%가량 늘었다.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시정조치만 지난해 기준 67만5910건에 달할 정도다.
K콘텐츠를 수호하는 첨병에 선 곳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한국저작권보호원(KCOPA)이다. 이들은 저작권 침해를 적발, 감시·단속하는 일을 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지난 4월 발간한 2023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불법복제물 이용률은 2020년 20.5%에서 2021년 19.8%, 2022년 19.5%까지 줄었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은 최근 쿠키뉴스와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콘텐츠 불법복제는 갈수록 국제화·지능화·조직화되고 있다”며 “사후 대응을 넘어 사전 예방을 위해 단속을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 침해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둔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하거나 불법복제본을 유출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불법복제물 이용률이 19.5%인 점을 감안하면 콘텐츠 산업 매출액 147조원 중 약 28조원이 저작권자에게 돌아가지 못한 셈이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지식 재산 보호 수준은 상당히 높지만 불법 스트리밍·웹툰 이용자는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저작권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한류콘텐츠가 주목받자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의 활동 범위 역시 넓어졌다.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국내뿐 아니라 중국·베트남·필리핀·태국 사무소를 운영하며 불법복제물을 경고 혹은 삭제 조치한다. 디지털포렌식을 활용해 특별사법경찰 등의 과학 수사를 지원하고 불법저작물을 자동으로 추적·관리하는 종합상황시스템과 언어별 저작권 침해정보 수집시스템을 고도화 하고 있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 또한 추진 중이다.
보호원이 최근 주력하는 건 해외에서의 침해 대응이다. 각 나라 법·제도·기술 및 저작권 인식 수준을 고려해야 하다 보니 국내보다 절차가 복잡하다. 돌파구로 택한 건 국제 공조다. 최근 보호원은 넷플릭스·디즈니+ 등이 속한 미국영화협회(MPA)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현지 사법 당국 등과 협력도 확대했다. 최근 태국 콘텐츠 미디어사와 국내 방송사 사이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정식 체결해 우리 콘텐츠가 제값을 받도록 지원한 일이 대표적이다. 박 원장은 “태국 내부에서 스스로 저작권 침해를 견제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 의의를 뒀다. 보호원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요청에 힘입어 현지 기관에 저작권 보호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인식 개선은 보호원이 당면한 과제다. 박 원장은 “보호 기술을 개발하면 이를 무력화하는 기술이 나오는 등 이른바 두더지 잡기 게임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저작물 이용자가 저작권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자발적으로 불법복제물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보호원은 인식 함양을 위해 관련 행사를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8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하는 대국민 캠페인 선포식이 그 시작이다. 박 원장은 “저작권 보호에는 다음이 없다”며 “지금 바로 저작권 보호를 실천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