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올라서 금고 샀어”…‘고공행진’ 금·은, ETF까지 후끈

“하도 올라서 금고 샀어”…‘고공행진’ 금·은, ETF까지 후끈

금·은 ETF 연초 이후 수익률 30% 훌쩍…뭉칫돈 몰려
전문가 “6000달러 가능” vs “불확실성 시그널”

기사승인 2026-01-30 06:03:03 업데이트 2026-01-30 10:26:10
그래픽=한지영디자이너.

“얼마 전에 집에 금고 들였잖아. 금·은값이 이렇게 뛰는데 그냥 장롱에 둘 수가 있어야지. 결혼 때 시댁에서 받은 예물이랑 아이 돌반지까지 모으니까 꽤 되더라고. 집에 사람들이 자주 오가니 신경이 쓰여서….”

금·은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집 안에 소형 금고를 들이는 가정이 부쩍 늘고 있다. 장롱 속 귀금속만이 아니다. 소액으로 금·은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도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이날까지 △KODEX 은선물(H)는 61.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원자재 관련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 H)도 59.8% 수익률을 달성했고 △TIGER 금은선물(H)는 31.5%, △ACE KRX금현물과 △TIGER KRX금현물(H)도 각각 31% 안팎으로 올랐다.

금·은 ETF 연초 이후 수익률 30% 훌쩍…뭉칫돈 몰려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가속화하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국내 최초 금 현물형 ETF인 ACE KRX금현물에는 연초 이후에만 4787억원이 몰렸다. 전일 기준 순자산액(AUM)은 5조3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4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12영업일 만에 1조원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금 가격 강세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요가 맞물리며 개인투자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은 관련 ETF인 KODEX 은선물(H)에도 연초 이후 4653억원이 유입됐다. 지난해 말 6000억원을 밑돌던 순자산이 전일 기준 1조4212억원까지 증가해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하루 금·은 관련 ETF 수익률이 5~7%대를 기록했는데 이례적”이라면서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을 풀면서 현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몰리는 모양새로 개인투자자들의 포모(FOMO) 심리도 한 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로 귀금속 상가에 진열된 금. 임성영 기자.

전문가 “6000달러 가능” vs “불확실성 시그널”

전문가들은 금·은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최근 급격한 랠리 이후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중앙은행들의 매수세와 외환보유고 다변화 욕구가 강세의 원동력”이라며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유지되는 한 금 가격은 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 연내 6000달러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 이후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지속하면서 전 세계 금의 약 20%를 흡수하고 있다”며 “골드바·코인·ETF 등 투자도 늘면서 금 가격 강세 사이클을 연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리스크 헤지 수요가 커진 점도 금·은 가격 상승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과 은은 안전자산 성격도 있어 지수 하락 시를 대비한 헤지 수단으로 이용된다”면서 “관련 수요가 지난해 강세장부터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귀금속 가격은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불안이라는 이중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특히 중동 및 글로벌 무력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극대화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제 금값 5000달러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면서 “부정적으로 보면 당장은 아니지만 금융시장 내 다양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알리는 시그널”이라고 짚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FAFO(까불면 다친다)’ 기조가 지속되면 금융시장, 즉 자산시장에 조정을 촉발할 리스크가 현실화될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5542.53달러(우리돈 약 753만5800원)로 전날 종가(5417.21달러)보다 약 2.3% 올랐다. 국제 은 가격도 같은 시각 온스당 117.7610달러로 전날 대비 0.9% 상승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