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화백은 세계 화단이 주목하는 ‘보리 작가’이다. 지금도 백석대의 20평 남짓한 공간에 주 1~2회 출근해 보리를 그리고 있다. 그는 “대학 캠퍼스에서 ‘젊음’과 섞여 호흡하다 보면 보리를 그리는 손에 저절로 생명력이 솟아난다”고 말했다.
청주가 고향인 그가 천안에 둥지를 튼 계기는 백석대 그림 기증이었다. 강의차 백석대에 들렀다가 해맑은 웃음으로 인사를 하는 학생들 모습을 보고, 자신이 평생 그린 그림 250여 점을 기증했다. 기증(2015년) 당시 소장품 3분의 1에 해당된다.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선물을 받은 백석대는 2년 후 작품 상설전시를 위해 ‘보리생명미술관’을 개관했다. 이곳에 청맥(靑麥), 황맥(黃麥) 등 그의 초기 작품과 최근작 태소(泰素, 태초의 근본) 시리즈 등 50여점을 전시했다. 그리고 박 화백을 석좌교수로 초빙하고 작업실을 마련하는 등 작품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보리생명미술관은 개관과 함께 천안시 시티투어 코스에 포함되는 등 주목을 받았다.
백석대는 올해 미술관을 리모델링해 재개관했다. 그의 50년 작품 세계를 테마별로 감상할 수 있도록 5개 전시실을 마련했다.
박 화백은 일본 화단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일본 미술계와 교류를 시작해 현대미술 한일국제교류전 초대 회장이 되어 10년간 모임을 이끌었다.
박 화백은 “아직도 창작 의욕을 멈출 수 없다. 늘 공부하는 자세로 노력하고 죽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작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석대는 수장고에 보관중인 200여 점을 현 전시 작품과 매년 교체해 선보일 계획이다. 미술관은 같은 층에 자리한 ‘백석대 산사현대시100년관’과 더불어 국내외 문화인이 들르는 천안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천안=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