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안에 있어요.”
“서랍 안에 없어.”
“그럴 리가.... 여기 있잖아요.”
“이상하다. 아까는 없었는데...”
며칠 전 테니스를 치러 나가는 남편과 나눈 대화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우리집 이야기인데 하는 분이 계시지 않을까 싶다. 찾는 물건은 다르겠지만 어느 집이든 한 번 이상 경험해 본 상황일 것이다.
왜 남편들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이 코앞에 있는데도 찾지 못하는 것일까?
이것은 남성과 여성이 정보를 인지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여성은 자기의 코를 중심으로 상하좌우 45도로 퍼지는 광각 시야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남성은 장거리터널 시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마치 망원경을 들고 앞을 보는 것처럼 좁은 폭으로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다. 그래서 여성은 넓은 시야를 활용해 정보를 인식하기에 물건을 쉽게 발견하지만 남자는 눈앞의 것을 놓칠 수 있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정보인지 방식의 차이를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친구를 만났을 때 여성과 남성의 반응에 대한 그림이었는데 여성은 친구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번에 스캔해 순식간에 모든 것을 인지한다.
남자는 내 앞에 사람이 누구인지 인지하면 다른 것을 보지 않는다.
이런 남녀의 정보 인지 방식을 미국 여성리더십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샐리 헬게센은 레이저와 레이더에 비유했다. 남자는 레이저, 여자는 레이더. 그녀는 ‘여성의 직감 : 직장에서 여성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힘’이라는 책 집필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는데 남성과 여성이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에 종종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남자는 산만한 정보를 거르고 깊게 집중하면서 한 번에 한 가지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여자는 넓게 주변을 훑으면서 정보를 얻고 많은 것을 동시에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남녀 간의 인지 방식의 차이는 조직 내에서 여성의 리더십에 대한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남성의 집중적인 인식 방식이 전통적으로 조직에서 인정받고 리더십 있는 행동으로 간주 되다 보니 여성 특유의 인식 방식은 조직에서 환영받지 못하며 때로는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상사가 업무 지시를 내렸다. 업무 지시를 받은 남성 직원은 ‘네, 진행하겠습니다.’ 하고 바로 일을 시작한다.
여성 직원의 경우, 업무를 진행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언급한다. 만약 업무를 지시한 상사가 남성이라면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여성들은 레이더와 비슷한 인지 방식 때문에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생각하는 것인데 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조직은 남성 위주였던 과거와 다르게 여성과 남성이 골고루 섞여 함께 일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와 일하면서 조직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리더의 고민이며 조직 문화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남녀의 인지 방식 차이 극복은 종종 리더십 코칭의 중요한 주제가 되기도 한다. 남성은 여성과 생산적으로 일을 잘하는 능력을 갖기 원하고 여성은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남성들에게 인식시키고 싶어한다.
그 출발점은 서로에 대한 이해이다. 서로의 방식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는 전쟁터라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은가?
그러기 위해서는 때로는 상황을 넓게 보며 정보를 수집해 정확히 판단하고 때로는 목표 지점에 집중해 정확하게 공격해야 한다. 레이더과 레이저가 모두 필요한 이유이며 여성과 남성이 함께 협력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강영은 (KPC코치⋅MBC 아나운서)
1985년 MBC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우리가족 만세'의 TV 프로그램 MC를 시작으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MC, 라디오 뉴스 앵커로 활동했고 여성 스포츠 중계캐스터로 기계체조, 리듬체조, 에어로빅, 피겨스케이팅,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을 중계했다. '건강한 아침 강영은입니다' 라디오 MC를 끝으로 1991년 방송현업을 떠나 경영부문으로 업무를 전환했다. MBC아카데미 본부장, 기획사업부장, 문화사업부장, 문화사업센터장을 거쳤고 MBC의 사회공헌사업과 MBC꿈나무축구재단 운영업무를 마지막으로 올해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 학사, 서강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와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이며 현재 한국코치협회의 KAC, KPC 인증코치로 단국코칭센터 대표코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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