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여야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여야의 정치적 대화가 끊겼고 혐오만 남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6~18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37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의 여당 역할 적합도’를 물은 결과 ‘잘함’은 30.6%(아주 잘하고 있다 12.7%, 다소 잘하고 있다 17.9%)로 나타났다. ‘잘못함’은 65.1%(아주 잘못하고 있다 50.3%, 다소 잘못하고 있다 14.8%), ‘잘모름‧무응답’은 4.3%였다.
같은 응답자에게 ‘민주당의 야당 역할 적합도’를 물었을 때도 국민 열명 중 세 명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긍정 응답자는 31.2%(아주 잘하고 있다 9.9%, 다소 잘하고 있다 21.3%)였고 부정 응답자는 63.1%(아주 잘못하고 있다 36.2%, 다소 잘못하고 있다 26.9%)로 나타났다. 잘모름‧무응답은 5.7%였다.
21대 정기국회 마지막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국민과 함께 더 나은 미래로 나가겠다”며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단 한 건의 민생법안이라도 더 통과시키고 예산안도 기한 내에 반드시 통과시키자”고 강조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1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은 모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모두를 위한 성장,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드는 길을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 걷겠다. 국민에게 민주당이 희망의 근거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당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로를 향해 날 세웠다. 윤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가짜뉴스 정치 공작과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 및 팬덤정치를 언급하며 “의회민주주의 복원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팬덤정치 폐해를 살피고 여야가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찾아나가자”고 전했다.
박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문민정부가 세워진 이래 이렇게 오만하고 교만한 정권이 있었냐”며 “윤석열 정권 출범 1년 반 동안 국민의 삶과 고통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부끄럽다. 현 정부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이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에서 중요 요인 중 하나인 대화와 타협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윤 원내대표는 협치와 타협이 있는 국회를 강조했지만 정작 연설 안에선 문 정권과 민주당에 대해 지적했고 박 원내대표는 정부와 여당에 대화를 요청하기보단 비판을 해나갔기 때문이다. 실제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선 타협과 협치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다.
이 같은 대치 상태가 이어지자 전문가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2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다음 총선까지 숱하게 볼 모습이다. 지금까지 대립이 있어 왔고 갈등했지만 이렇게 여야의 정치적 대화가 끊긴 적은 없었다”며 “진영으로 갈라진 채 정치적 혐오만 남은 증거라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중도층까지 영향을 받는 거 같다”고 관측했다.
아울러 “경제적 양극화는 계급적 갈등을 일으키고 정치적 양극화는 좌우 진영적 갈등을 확대한다”며 “당연히 상대 진영의 정치조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유선 전화면접(10.4%), 무선 ARS(89.6%)를 병행해 진행됐다. 응답률은 2.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0%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3년 6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값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