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이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술렁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의대 정원 유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지 관심이다.
20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별 활동 의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상위권인 지역은 △서울 3.47명 △대구 2.62명 △광주 2.62명 순이다. 반면 하위권인 지역은 △경북 1.39명 △충남 1.53명 △충북 1.59명 순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같은 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의대 정원 확대’라고 보고 있다. 현재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을 포함한 의대 입학 정원은 40개교, 3058명이다. 2006년 이후 1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보건복지부가 추진 의지를 드러내며 의대 증원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의 의료현안협의체 논의를 거쳐 환자·전문가로 구성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를 꾸려 지난달 16일 첫 회의를 열었다.
지역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던 지방자치단체 곳곳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19일 지역 의대 정원 확충 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충북은 광역도(道) 평균 의대 정원 197명을 달성하기 위한 증원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며 “최소 108명 이상 더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의 의대 정원은 충북대 49명, 건국대 40명 총 89명이다. 강원 267명, 충남 133명, 경북 165명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도는 충북대와 건국대 의대 정원을 각각 127명과 70명으로 확대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남도와 경북도는 이례적으로 손을 잡고 각 지역의 공공의대 설립에 힘을 싣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 최대 취약지 경북-전남 국립의대 설립 촉구’ 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두 자치단체는 건의문을 통해 “경북도와 전남도의 450만 도민은 오랜 세월 생명권과 건강권을 박탈당하며 수많은 불편과 위험을 감내해왔다”며 “지역의 의료 환경 개선과 부족한 의료자원 확보를 위한 지역 국립의과대학 설립에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관련 법안도 발의돼 있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선 김원이 민주당 의원의 ‘목포의대 특별법’, 소병철 민주당 의원의 ‘전남 의대 특별법’, 김회재 민주당 의원의 ‘순천대 의대 특별법’ 등 여러 법안이 국회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경남도에선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의 ‘창원의대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에서도 공공의대 설립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이지만, 경기도 북부에는 가평, 동두천, 연천과 같이 응급의료분야 취약지로 지정된 곳이 포진해 있어 의료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 북부에 입학 정원 100~200명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내용의 ‘경기 북부 의대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같은 당 최춘식 의원도 경기 북부 포천시 소재 대진대에 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대진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배정 촉구 결의안’을 낸 바 있다.
전문가는 지역 의대 설립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2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에 의대를 설립하거나 정원을 늘리는 것이 지역 전체의 경제·사회·교육의 발전에 있어선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의 지명도를 올리기 위해서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의대를 유치한다면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의대에서 배출된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지역 의료체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지금은 구체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