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진료비 부당 청구 전수조사 시행 계획을 밝히자 의료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감염 위험과 병원 폐쇄를 무릎 쓰고 헌신한 대가가 의료기관 전수조사로 되돌아왔다며 힘이 빠진다는 한탄도 나온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달부터 내년 6월까지 전국 의료기관 8400여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료비 부당 청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유형별 조사 대상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43곳, 종합병원 257곳, 병원 513곳, 의원 7610곳 등이다.
건보공단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2월1일부터 2022년 6월30일까지 약 29개월에 걸쳐 △코로나19 백신 접종 당일 진찰료 청구 적용기준을 준수했는지 △재택치료 환자관리료 청구 적용기준을 지켰는지 △출국을 위해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비 청구 적용기준을 어기진 않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의료계는 억울해한다. 코로나19 진료 가이드라인이 수시로 바뀌는 동안 알 새도 없이 진료비가 잘못 청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분석이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진료비가 잘못 청구된 부분은 코로나19 대처 혼란에 따른 실무 현장의 오류일 수 있다”며 “정부는 진료비 환수 실적 등을 부처 수입 증가 수단이나 담당자의 인센티브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철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공보부회장은 지금 같은 상황이 5년 주기로 돌아오는 대규모 감염병 유행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라고 했다.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범유행 당시 감염 위험과 손해를 감수한 채 환자를 치료했지만, 신종플루 종식 후 대대적인 의료기관 전수조사가 이뤄졌단 설명이다.
신 공보부회장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종플루 대응과 관련해 추후 의료현장에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지만, 종식 후 타미플루 처방 건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졌다”며 “조사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직원들이 며칠간 집에도 못가고 환자 차트를 찾아 일일이 정보를 기입했었는데 또 비슷한 일을 반복해야 한다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언젠가 닥쳐올 새로운 감염병 위기에서 어떤 의료진이 최일선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신 공보부회장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까지 5~6년 주기로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런 식이면 다음 유행이 닥쳤을 때 누가 선뜻 나서겠나”라며 “정부가 단순 청구 오류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구분해 의료현장의 업무 부담을 줄여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 홍보이사도 “전 세계가 혼란스러울 때 의사들은 일단 환자를 발견하고 살리는 것이 최우선일 때가 있었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해야 차후에도 보건의료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의료진이 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조사 대상 기관의 부당 청구 여부를 살펴보고, 의심스러운 청구 건은 의료기관에 증빙자료를 제출해 소명하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조사는 전산 점검과 자율 시정, 방문 확인을 병행해 이어진다.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이 부정 청구 금액을 자진 신고할 수 있게 체크리스트와 안내 매뉴얼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