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 기자의 어쩌다 소셜모임 [가봤더니]

내향적 기자의 어쩌다 소셜모임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10-07 06:05:01
게티이미지뱅크

“모르는 사람 열댓명이 모여 취미를 나눈다고?”

의아했다. 예전에는 학교나 직장에서 동호회에 들어가거나 아는 사람들끼리 만나 취미도 나누고 인맥을 넓혔다면, 요즘에는 청년들이 관심사를 통해 모르는 사람과 만나 친목을 다진다고 한다. 콜포비아(전화공포증), 사람 간 관계 부담에 무인 매장을 찾는 현상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난다는 데, 어딘가 모순적이다. 이렇게 시작된 호기심에 30대 내향적 기자는 대화 모임을 신청했다. 참가비가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잊고 있던 부끄러움과 부담감이 몰려왔다.

오프라인 모임 장소와 시간, 나이(35세 이하) 등 제약이 있는 만큼 모임 최소 인원조차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12명이었던 모임 정원은 계속 불어나 18명까지 늘었다. 혼자 하는 산책을 즐기는 내향인이 일면식 없는 17명 사이에서 입을 뗄 수 있을지가 더 큰 걱정이 됐다.

4일 오후 8시10분 서울 성동구의 한 건물에 마련된 공간에서 모임이 시작됐다. 2030대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었지만, 처음은 어색했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침묵을 깬 다른 참가자의 한마디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자기소개가 시작됐다. 서로의 첫인상도 이야기했다. 모임 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A씨가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며 첫인상을 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임 참석 전 걱정은 씻겨나갔다.

개발자, 제조업 종사자, 승무원, 프리랜서 모델 등 업무 외적으로 만나기 힘든 다양한 직업군이 한 자리에 모여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이런 직업을 갖게 됐는지, 일할 때 어떤 부분이 잘 맞고 힘든지, 밥벌이의 기쁨과 고단함을 이야기했다. 

일회성 모임이라 부담 없어 편안하기도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지만, 관계의 깊이는 얕아 보였다. 애초에 일회성 모임이기에 관계를 위해 더하거나 뺄 게 없었다. 만남에 부담이 없으니 대화는 더 편안했다. 단지 즐거운 시간 보내고 싶은 공통의 목표 때문인지 가족‧친구‧직장에서의 일상적인 모습보다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주변에 개발자밖에 없었는데,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만나 신기해요.”
“가볍게, 부담 없이 만나고 헤어져서 좋아요.”

모임을 마친 후 다들 긍정적 후기를 말했다. 알고보니 다른 유형의 프로그램이나 다른 플랫폼의 모임에 참여했거나 참여할 이들도 있었다. 내향인이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처음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모임 참석을 결정하는데 6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는 “모임을 통해 ‘내가 이런 것을 좋아하는 구나’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취미·관심사의 종류가 무궁무진한 만큼 이러한 소셜 모임도 다양하다. 대화 모임뿐만 아니라 술 만들기, 경비행기 조종, 상황극, 우리만의 가요제까지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활동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N포세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수식어가 붙는 요즘 청년, 가정·학교·회사에 머물렀던 청년들의 작은 세상이 관심사 모임이란 고리로 넓어지고 있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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