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메이커’ 허수의 얼굴에는 어느 때 보다 자신이 차 보였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2023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에 진출한 선수들과 취재진이 인터뷰하는 ‘스위스 애셋 데이’가 진행됐다. 쿠키뉴스와 만난 디플러스 기아(DK)의 미드라이너 허수는 “올해 중 지금 가장 자신이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허수는 롤드컵 준비 기간에 대해 “선발전이 끝나고 롤드컵까지 텀이 있어 약간의 휴식 후 다른 팀들보다 일찍 준비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연습을 도와주고, 우리의 연습도 진행했다. 정말 오랫동안 연습을 했다”면서 “잠을 평소에 잘 못자서 휴가 기간에 잠을 많이 잤다. 친구들도 많이 만나면서 나만의 휴식을 나름대로 잘 즐겼다”고 전했다.
DK는 올해 숱한 비판을 받아왔다. 허수를 비롯해 ‘캐니언’ 김건부, ‘데프트’ 김혁규 등 내로라하는 특급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에 모두 정규리그 4위를 기록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이 구겨졌다. 결국 선발전을 통해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지만 기대치에 비하면 확실히 아쉬움이 남았다.
여기에 시즌 도중에는 서포터 ‘켈린’ 김형규와 ‘바이블’ 윤설 중 확실한 주전을 정하지 못하고 교체 기용하거나, 고질적인 밴픽 논란 등 코칭 스태프를 향한 비판도 거셌다.
이와 관련 허수는 “우리가 LCK 시즌 중에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린 건 사실이다. 지적하는 부분들 모두 우리들도 인지하고 있어 시간이 남을 때 한 번씩 되돌아봤다. 지금은 많이 궤도에 올라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지금과 선발전 때를 비교한다면 패치 버전도 많이 달라졌다. 물론 지금의 버전에서 우리가 게임을 해보지 않아 당시와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겠지만, 그때와 견주어 본다면 팀 자체도 많이 발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리그에서의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만큼 허수도 이번 롤드컵에 임하는 각오가 그 어느때 보다 다르다.
허수는 “올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우리 팀의 잠재력을 이번 롤드컵 때는 보여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만큼 이번 롤드컵은 이전과 비교해 ‘더 잘해야겠다’라는 마음가짐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것도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데 한몫했다. 내가 항상 외국에서 국제 무대를 치러왔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참가할 기회가 없어서 올해 롤드컵이 더욱 간절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선발전을 뚫고 롤드컵에 진출한 만큼 재밌게 잘 즐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운명의 장난인지 DK의 1라운드 상대는 유럽의 맹주 G2 e스포츠다. DK가 롤드컵 무대에 나간 2019년부터 G2가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2021년을 제외, 매년 상대를 했다.
허수는 G2를 두고 “이전까지의 G2는 상체 위주의 게임을 많이 했다고 느끼는데, 올해는 G2에 원거리 딜러 ‘한스사마’ 스티븐 리브 선수가 팀에 들어오고, 서포터 ‘미키엑스’ 미하엘 메흘레 선수도 복귀하면서 바텀 라인전이 굉장히 강력해졌다”라고 평했다.
또 “올해는 하체 게임 위주로 시즌을 치른 것 같다. 또 정글러 ‘야이크’ 마르틴 순델린의 챔프폭도 넓다”라면서 “경기에서는 미드-정글 싸움이나 바텀 라인전, 이거를 잘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전에 만났던 G2보다는 더 발전한 G2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수의 인터뷰만 들으면 만만치 않은 상대로 평가되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허수는 “우리가 G2를 상대로 마지막으로 패배한 게 2019년이다. 자신이 넘친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기존의 조별 리그가 아닌 승패로 인해 대진표가 바뀌는 스위스 스테이지가 적용된다. 정규리그가 3판 2선승제로 열리는 LCK인 만큼 이들에게 단판제는 평소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이다.
허수는 “우리팀이 단판제에 그렇게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히려 좋은 것 같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1라운드를 승리하고 2라운드에서 LCK 내전이 성사되는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LCK 팀들을 일찍 상대하고 싶지 않다. 아무래도 롤드컵이 지역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다. 집안 싸움은 별로 일찍 성사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중국 LoL 프로리그(LPL)의 징동 게이밍을 상대하고 싶었다. 아쉽게 1라운드에서 만나지 못했다. 서로 1승해서 1승 0패일 때 징동을 만나고 싶다”라며 “LPL에서 제일 잘하는 팀인 만큼 우리가 꺾는다면 팀의 사기도 많이 올라갈 것 같고, 크게 우리 팀이 꿇릴 것도 없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허수는 “나는 항상 자기 객관화를 많이 하고, 나에 대한 기준이 높은 편이다. 지금은 자신이 차 있는 상태다. 올해 중에 지금이 가장 자신이 있다.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무조건 우승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