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파주에 거주하는 박하연(가명·34)씨는 생후 13개월 된 아이가 심한 복통과 혈변을 보여 소아외과가 있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으로 향했다. 뱃속 소장이 대장에 말려 들어가 심한 복통을 일으키는 장중첩증이었다. 항문에 공기를 주입해 중첩된 장을 원래대로 풀어주는 정복술을 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아이는 입원 5일 만에 퇴원했다. 박씨는 “병원에 소아외과 의사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소아외과는 아이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임에도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정년 은퇴를 앞둔 의사는 계속 늘고 있지만 매년 소아외과 세부 전문의를 지원하는 수는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소아외과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아외과는 18세 이하의 소아·청소년 수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외과의 세부 전문 분야다. 신생아의 항문 폐쇄, 식도 폐쇄 등 다양한 선천성 기형부터 탈장, 외상, 종양, 장기 이식에 이르기까지 소아 환자 처치에 특화돼 있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소아외과 의사는 약 50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각 지역에 두루 분포해 있진 않다. 병원당 1명만 근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예 없는 병원도 수두룩하다.
소아외과 의사들은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급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경기 서북부 권역 의료기관의 유일한 소아외과 의사인 전호종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소아는 조직이 작고 연약한 것은 물론 면역, 체액 분포, 신진대사, 치료 반응 등 모든 면에서 성인과 다르기 때문에 세심한 진료와 치료가 요구된다”며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라고 털어놨다.
큰 책임과 부담 속에서도 그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은 ‘보람’이다. 전 교수는 “제때 병원에 와 치료 잘 받아서 건강히 퇴원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인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신규 의사들을 잘 키워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라고 짚었다.
전 교수의 바람대로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신생아 수 감소와 함께 업무 강도 대비 적은 보상, 의료소송의 부담 등이 장애물이 돼 전문의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소아외과 의사들의 정년퇴임 시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의사들 사이에선 씨가 마른 소아외과에서 언제든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감지된다.
이종인 분당차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영리 목적을 갖는 병원 입장에서 소아외과 의사를 1명 이상 고용하기 어려운데, 위험도에 비해 의료 수가가 터무니없이 적기 때문”이라며 “고용된 의사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응급상황에 대처하느라 삶의 질은 엉망이 된다”고 토로했다.
소아외과 붕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한 병원에 최소한 2명 이상의 전문의가 상주해야 한다고 봤다. 이 같은 기초적 여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소아외과 의사는 더욱 찾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2명 이상의 의사가 근무할 수 있도록 의료진 인건비가 충분히 확보돼야 하며 소아영상의학과, 병리과, 소아청소년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의 진료과와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의료 수가의 조정과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