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24주차인 이현정(가명·35)씨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임당 검사’라고 일컫는 임신성 당뇨 선별검사를 통해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았다. 임신 전에는 적정 체중이었고 지금도 임신 주수 대비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는데 임신성 당뇨라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무엇보다 뱃속의 아이가 걱정됐다. 적당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으로도 혈당이 조절될 수 있다고 하지만 태아 건강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염려됐다. 이씨는 산부인과에 이어 내분비내과 진료도 함께 받고 있다.
고령 임신과 비만 인구의 증가로 임신성 당뇨 발병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임신성 당뇨는 엄마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한 만큼 임신 전후로 꾸준한 검진과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임신성 당뇨 유병률은 지난 2017년 15.8%에서 2021년 18.2%로 증가했다. 특히 40대 이상은 5명 중 1명(22.5%)이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임신 중에는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등 여러 신체적 변화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며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원래 당뇨가 없었던 건강한 여성이 임신 중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당뇨가 생긴 것을 임신성 당뇨라고 한다.
임신성 당뇨는 엄마와 태아 모두에게 위협적이다. 상대적으로 유산과 조산 확률이 높고, 몸무게가 4㎏ 이상인 거대아를 분만해 제왕절개 수술 등 출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출산 후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당뇨, 전치태반 출혈, 임신중독증(자간전증) 등 임신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아이는 어린 나이에 비만, 당뇨병 같은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문제는 고령화와 결혼·출산 연령 증가로 인해 임신성 당뇨 환자가 점차 더 늘 수 있단 점이다. 최근 미즈메디병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35세 이상 산모 비율은 2013년 27.6%에서 2022년 40.9%로 10년 새 13.3% 증가했다. 더불어 2012년부터 최근 10년 동안 총 7127명을 대상으로 임신성 당뇨 선별검사 결과를 분석했더니 7%에 해당하는 1744명의 임신부가 임신성 당뇨로 진단됐다.
임신성 당뇨 환자가 늘자 임신·출산과 관련한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당뇨병을 주로 보는 내분비내과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부인과에서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은 환자가 내분비내과로 옮겨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준성 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산부인과 의사 대부분은 임신부가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대학병원 내분비내과로 전원시킨다”며 “이로 인해 산부인과와 내분비내과 진료를 같이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내과 의사를 별도로 두는 산부인과 전문병원도 생겨나고 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내분비학회 보험이사)는 “내과 의사를 채용해서 운영하는 산부인과 병원이 꽤 있다”며 “임신성 당뇨로 온 환자를 처음 진료해보면 불안감이 굉장히 큰데, 산부인과적 진료와 내과적 진료를 통해 불안감을 점차 덜고 적극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좋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산모와 아이 모두의 건강을 위해 출산 전·후 철저한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 교수는 “식후 1시간 혈당을 140㎎/㎗ 미만으로 조절하는 게 권고되지만 쉽지 않다”면서도 “임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뿐 아니라 아기의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더 특별히 신경 쓰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개 출산 직후 혈당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출산 2~3개월 뒤엔 다시 병원을 찾아 경구 당부하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만약 정상수치가 나오더라도 임신성 당뇨를 앓았다면 당뇨병이 발병할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과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