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이강인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으로 발돋움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싱가포르와 1차전을 5대 0으로 승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감독 부임 후 9경기에서 4승 3무 2패로 순항을 이어갔다. 최근 A매치 4연승이기도 하다.
FIFA 랭킹 24위 한국은 중국(79위), 태국(112위), 싱가포르(155위) 등과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경쟁한다. 조별리그 상위 2개 팀이 최종 예선에 진출한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는 2차 예선 첫 경기에서 싱가포르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싱가포르와 상대 전적에서도 22승 3무 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한국은 전반전에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경기 주도권을 잡았지만 싱가포르의 단단한 수비에 고전하며 포문을 열지 못했다. 한국은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의 발끝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골문을 열지 못했다.
특히 전반 22분에는 이강인이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미트윌란)을 거쳐 이재성(마인츠)이 마무리했지만,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전반 43분 선제골을 넣었다. 선제골의 기점은 이강인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강인이 개인기로 싱가포르 선수를 따돌린 뒤 상대 수비 뒤로 돌아 들어가는 조규성에게 정확한 패스를 날렸다. 이를 조규성이 달려들며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조규성의 선제골로 앞서간 한국은 후반에도 이강인의 맹활약에 힘입어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오른쪽과 중앙을 오가며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과 패스로 공격에 힘을 보탰다. 후반 4분 추가골이 터지는 과정에서도 이강인의 측면 돌파 후 조규성이 크로스가 황희찬(울버햄튼)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강인은 3대 0으로 리드하던 후반 22분에서 페널티박스 안에서 절묘한 힐패스를 건네며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설영우(울산)가 파울을 당해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키커로 나선 황의조(노리치 시티)가 침착하게 마무리 지었다.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던 이강인은 직접 골맛도 봤다. 4대 0으로 리드하던 후반 40분 아크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대승을 자축했다.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A매치 2경기에서 3골 1도움으로 펄펄 날았던 이강인은 이날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대표팀에서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파울루 벤투 전임 감독 시절에는 ‘조커’로 주로 활용됐지만,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는 빠르게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특히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 한 자리를 따내면서 눈도장을 찍고 있다.
경기력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이강인이다. 과거 손흥민 위조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이강인이 빠르게 대표팀에 녹아들며 공격의 첨벙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상대의 수비를 분산하면서 손흥민도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발현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팬들 역시 이강인의 모습을 보며 흐뭇할 것이다. 이런 선수와 한국 대표팀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영광”이라고 했다. 이어 “이강인이 점점 더 책임감을 갖고, 성숙하고 있다. 자신이 잘하는 드리블 등만 하는 게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헌신한다”고 말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