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T1은 19일 서울 구로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 중국 LoL 프로리그(LPL)의 웨이보 게이밍과 결승전(5전 3선승제)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으로 승리해 우승했다.
T1은 2013년, 2015년, 2016년에 이어 7년 만에 통산 4번째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렸다. 2017년과 2022년에는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T1의 미드라이너 이상혁은 LoL e스포츠 선수로는 최초로 월즈를 4번 우승한 선수로 등극했다.
경기가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페이커’ 이상혁은 “이번 월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자 했고, 그런 자세가 있다면 충분히 우승도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다”라며 “이번에 운 좋게 우승이 따라와 줘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됐다.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운이 굉장히 좋았다. 준비하는 기간 동안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고, 그런 과정이 우승이라는 결과로 찾아온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라면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우리 팀원들, 그리고 많은 팬들, 우리와 경기 했던 상대 팀들 덕분에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임재현 감독대행은 “아시안게임에 다녀온 선수도 있었는데, 힘든 여정 속에서 하루도 빠짐 없이 끝까지 노력했기 때문에 이겼다고 생각한다. 밴픽도 하루하루 준비하면서 선수, 코치와 다같이 수정해 나갔다. 덕분에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올 시즌 부침을 겪기도 했던 T1이다. 서머 시즌 도중 ‘페이커’가 빠진 뒤 1승 7패로 부진하며 중위권으로 내려 앉기도 했다. 당시 ‘뱅기’ 배성웅 감독도 팀을 나가며 ‘톰’ 임재현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월즈에서 DRX에게 2대 3으로 패배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던 ‘케리아’ 류민석은 “아직도 뭔가 현실 같지 않다. 지금까지 우승을 많이 못해서 큰 경기에서 압박을 받았던 것 같다. 자신감이 생겨서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기회가 오면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임 감독 대행은 “당시에 게임 내적으로는 사이드에서 소통이 안 됐던 것 같다. 또, '포비' 윤성원이 대신 하게 되면서 다른 선수들도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보완을 하게 됐다”라며 “(배성웅)감독님이 나갔기 때문에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많은 것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할 수 있는 부분 안에서는 최대한 많이 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당시 부진이 이번 선수들에겐 큰 각성제가 되기도 했다.
‘오너’ 문현준은 “스포츠라는 게 못할 때도 있고, 잘할 때도 있는 거다. 못했을 때 멈춰있는 것보다는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노력했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구마유시’ 이민형은 “서머 정규 시즌과 월즈는 크게 관련은 없었던 것 같다”라면서도 “연패를 탈출하려면 멘털적으로, 체력적으로 회복이 돼야 다시 날아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T1은 자국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는 등 전반기에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상혁, ‘제우스’ 최우제, 류민석 등은 지난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고 기세를 이어 ‘소환사의 컵’까지 들어올렸다.
이상혁은 올해를 돌이켜보며 “아시안게임에서 주전으로 많이 경기를 뛰지는 못했지만, 금메달로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번 월즈에서도 결과도 좋지만 과정도 굉장히 좋았고, 우리 경기력도 좋았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전했다.
월즈에 우승한 팀을 기념하기 위해 라이엇 게임즈는 매년 헌정 스킨을 만든다.
최우제는 “‘제이스’와 ‘요네’ 중에 고민 중”이라 했으며, 문현준은 ‘리 신’을, 이민형은 ‘징크스’를 언급했다. 이외에 류민석은 “‘럭스’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한판도 안 해서 못 만들 것 같다. ‘바드’와 ‘레나타 글라스크’ 중에 고르겠다”고 말했으며, 이상혁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MVP는 ‘더샤이’ 강승록을 꽁꽁 묶은 최우제가 차지했다. 최우제는 최연소 MVP에 등극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까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2023년을 보냈다.
최우제는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이루긴 했지만, 앞으로 살 날도 많고, 잘 안 될 수도 있는 거다. 너무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면서 행복하게 살겠다”고 언급했다.
T1은 우승의 기쁨도 잠시 곧바로 스토브리그에 돌입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문현준과 이상혁은 다음 시즌에도 계약이 이어지지만 최우제, 이민형, 류민석 등은 우선 오는 21일 오전 9시자로 계약이 종료된다.
최우제는 “오늘 월즈 우승을 해서 천천히 생각해봐야 할 게 많은 것 같다. 솔직히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오늘 우승했다는 게 기분 좋다”고 전했다.
이민형은 “나는 월즈 시작하기 전에 우승 공약(재계약)을 밝힌 바 있다. 이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다. 팀에서 좋은 의견을 주시다면 나도 T1을 너무 사랑하고, T1 멤버들도 모두 사랑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류민석 역시 “월즈를 계속 하느라 팀과 대화를 안 해봐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마 2일 뒤에 계약 종료인 걸로 아는데, 계속 이야기를 해보지 않을까 싶다”고 재계약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구로=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