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이규리(38·가명)씨는 6살 된 아들의 잠자리가 늘 신경 쓰인다. 아이가 자고 일어난 이불이 소변에 젖어 축축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찾은 비뇨의학과 병원에서 아이는 ‘야뇨증’을 진단받았다. 전문의가 권한대로 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치료를 이어간 결과 밤새 이불에 소변을 보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소아들은 중증도가 낮은 야뇨증부터 치료시기를 놓치면 위험할 수 있는 잠복고환, 선천성 신낭종, 요도폐색 등 다양한 비뇨기계 질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치료를 맡을 수 있는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비뇨기계 질환은 아이들의 평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의료 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대한비뇨의학회에 따르면, 대한소아비뇨의학회에 등록된 소아비뇨의학과 전문의 수는 전국에서 29명에 불과하다. 이 중 서울과 경상도권에 각각 11명이 몰려있다. 그 외엔 △경기 2명 △인천 1명 △강원 1명 △대전 1명 △충남 1명 △광주 1명 등으로 분포돼 있다. 이 중 오직 소아비뇨의학만 전담하는 의사는 단 9명뿐이다. 의사 수가 워낙 적으니 진료를 받으려면 2~3개월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수술할 수 있는 의사도 서울에 한정돼 있어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환자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소아비뇨의학회에 따르면, 최근 잠복고환이었던 아이가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고환을 절제한 사례가 있었다. 잠복고환이란 고환이 음낭으로 완전히 내려오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잠복고환을 방치하면 성인이 돼 불임이나 고환암 등의 위험이 있어 1세 이전에 수술하는 것이 권장된다.
평균 출산 연령 증가 등으로 소아비뇨기 기형과 선천성 질환이 생길 위험이 늘며 소아비뇨기과 의사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명맥이 끊길 수 있단 위기감이 고조된다.
김성철 소아비뇨의학회 홍보이사(울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소아비뇨기 질환은 성인에 비해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다. 환아들이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진료 시 의사소통이 되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아서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이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대부분의 증상을 보호자가 대신 확인하다 보니 전혀 상관없는 증상이 확대 해석되거나 중요한 증상이 간과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수술 역시 쉽지 않다. 김 홍보이사는 “성인에 비해 소아는 수술 부위 크기가 작아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 소아는 복강 내 공간이 좁기 때문에 수술 시 공간 확보가 어려워 최근 많이 시행되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보조 수술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약간의 출혈에도 혈압이 심하게 떨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어 섬세한 지혈 작업도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에 의사가 없으니 아픈 아이들은 진료를 위해 서울까지 먼 길을 왕복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 홍보이사는 “심한 소아비뇨 질환을 볼 수 있는 의사 대부분이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어 한 번의 진료를 위해 먼 길을 왕복해야 하는 일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고통이 아닐 수 없다”면서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지금 소아비뇨기과 의사는 국민의 생식력 유지를 위해 중요한 인력들이다. 국가 차원의 육성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아비뇨기과 의사 인력 유지와 양성을 위한 대책으로 △소아비뇨기 질환에 대한 대국민 캠페인과 교육 지원 △진료와 전문 수술에 대한 수가 인상 △생식기능 보존과 관련된 중요 질환의 수가 인상 등을 제시했다. 그는 “지역적 의사 불균형을 없애기 위해 각 병원별로 소아비뇨기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를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며 “질환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추가적인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