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여도 ‘아침’ 올까…업무 스트레스에 지친 청년들

공황장애여도 ‘아침’ 올까…업무 스트레스에 지친 청년들

20·30대 공황장애 환자, 2년 새 23% 증가
노대영 교수 “공황장애, 의지 문제 아냐…치료 시 완치 가능”

기사승인 2023-11-27 11:00:02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틸. 송유찬(장동윤)의 공황장애 증상을 물에 빠진 상태로 표현했다. 넷플릭스

바닥부터 서서히 물이 차오르더니 이내 송유찬(장동윤)의 숨통을 막는다.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당장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인다. 병명은 공황장애. 일을 잘하기로 소문난 대기업 신입사원 유찬은 끊임없이 쌓이는 업무에 중압감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 날 공황발작이 왔다. 그날부터 시도 때도 없이 물이 차올라 숨통을 막는 공포에 떨던 유찬은 결국 퇴사를 결정한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조울증, 망상, 조현병, 불안장애 등 현대인이 겪는 다양한 정신질환을 다룬다. 3화 ‘숨 쉴 구멍’에서는 공황장애를 겪는 송유찬(장동윤)과 정신병동 간호실습생인 지승재(유인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유찬과 승재에게 공황장애는 사회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걸림돌이다. 유찬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발작 때문에 화장실에서 숨을 고르곤 하는데, 회사 내부에선 ‘틈만 나면 자리 비우는 놈’,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시건방진 놈’이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승재 역시 실습 교육 중 화장실에 가거나 자주 자리를 비워 선배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실제 공황장애 환자들은 공황발작이 일어났던 상황을 과도하게 회피해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김모(27)씨는 “맡게 된 업무가 늘면서 야근이 잦아졌다. 공황발작이 처음 온 날도 야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면서 “그 이후로 회사에서 공황발작이 자주 왔고, 또 발작이 올까 두려워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고 털어놨다. 그는 “증상이 심할 땐 음식점 점원에게 말을 못 걸어 주문을 못 할 정도였다”고 부연했다.

공황장애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어난 건 의료현장에서 체감할 정도다. 노대영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황장애와 스트레스가 연관이 없다고 할 순 없다”며 “젊은 층이 취업 준비나 업무 부담으로 인해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 보니 20·30대 공황장애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전보다 많아졌다”고 밝혔다.

공황장애를 겪는 청년층이 늘어난 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대 환자 수는 2019년 6만1401명에서 2021년 7만5776명으로 23% 늘었다. 전체 환자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33.6%에서 34.2%로 커졌다.

전문가는 공황장애 환자들이 ‘아침’을 맞이하려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 때문에 치료를 기피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유찬도 마찬가지다. 유찬은 공황발작이 온 것을 주변 사람에게 숨겼다. 그간 왜 알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유찬은 “내 정신 하나 제대로 컨트롤 못 하는 나약한 놈으로 보이잖아요”라고 답한다.
 
노 교수는 “정신질환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자책하거나 주변에서 ‘조절해야 한다’며 압박하는 것도 환자에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면서 “감추지 말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공황장애는 완치가 잘 되는 병인 만큼 제대로 진단을 받고 적절히 치료받으면 상당수는 호전돼 일상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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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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