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노인 3명 중 1명은 5개 이상의 약물을 한 해 90일 이상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적절한 약물을 사용했을 때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전체 약물 개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 25일 열린 2023년 대한노인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을 대상으로 다약제와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제 복용 현황 및 건강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노인 부적절 약제는 노인 환자에게 사용하였을 때 임상적 위험이 이익보다 커져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을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질환 발병률이 높아지며 더 많은 약을 복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불필요한 약물이나 노인 부적절 약물을 과다 사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방하는 약물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생리적 노화, 약물 간 상호작용, 약물과 질병과의 상호작용 등으로 약에 의한 이익보다 위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에게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약물의 처방빈도도 높아질 수 있다.
최근 노인들의 약물 복용 빈도가 높아져 이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의연은 노인의 약물 처방 패턴을 파악하고 안전한 약물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노인의 다약제 처방 및 소비에 대한 원인 분석과 행동 경제학적 대안 고찰’ 연구를 수행했다.
2012~2021년 10년 동안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인구 약 330만 명의 약물 처방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1년 66세가 되어 노인 연령에 갓 접어든 ‘젊은 노인’ 중 35.4%가 5개 이상의 약물을 한 해 90일 이상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8%는 10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53.7%가 1종 이상의 노인 부적절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1인당 평균 2.4개를 복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도시(광역시)보다 소도시(군, 구)에 거주하는 사람, 건강보험에 비해 의료급여 대상자, 동반질환이 많고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이 많거나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했던 사람들에서 약물 개수와 부적절 약물 처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노인 부적절 약물을 복용 중인 66세 인구는 2012년 약 13만8000명에서 2021년 24만8000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5종 이상의 다약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같은 기간 8만명에서 16만명으로, 2배 이상 가파르게 증가했다.
부적절 약물 복용은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5~2016년 국가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성인 65만여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25%,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46% 상승했다.
부적절 약물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장애 발생 위험도는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1~2종의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했을 때는 3등급 이상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위험성이 31% 증가했다. 3종 이상 사용했을 때는 무려 81% 늘었다.
연구책임자인 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70~80대 노인뿐만 아니라, 이제 막 노인에 접어든 66세 성인들 중 상당수가 다약제 및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람들이 향후 사망하거나 일상 생활에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높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한 약물사용을 위해 노인의 약물 처방 및 사용 패턴을 이해하고, 전체 약물의 개수와 부적절 약물을 줄이기 위해 의료계, 시민,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동 연구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 복용은 장기적으로 신체 기능 저하를 촉진할 우려가 있다. 약의 부작용이 더 많은 의료 이용과 또다른 약의 처방을 부르는 연쇄 처방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의료 이용자 및 의료진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책임자 윤지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성과연구팀장은 “대상자 특성별로 노인 약물 처방 패턴이 달라 개인 및 의료이용 특성에 따라 맞춤형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본 연구가 향후 노인 부적절 약물 사용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