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기관 이용 후기를 온라인에 게시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악성 후기로 인해 문 닫는 소아과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11일 “소아청소년과는 의료체계가 완전히 붕괴돼 대기시간 불만이 폭주하는 등 민원 해결에 큰 고초를 겪고 있다”면서 “병원 후기가 허용되면 이 민원이 곧바로 인터넷 병원 후기로 옮겨져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의 고충이 2배, 3배 이상 급증해 결국 폐업이 속출하거나 소아진료 포기 사례가 늘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2023년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통해 의료 소비자들이 병원 등 의료기관 이용 후기를 자유롭게 온라인에 게시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의료광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지금도 악성 민원으로 폐원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병원 후기까지 허용되면 이같은 사태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협회는 “올해 7월 한 소청과 의원이 악성 민원에 의해 폐업해 사회 이슈화됐는데, 이는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금쪽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민원이 다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특성으로 인해 빚어졌다”며 “만약 병원 후기가 자유로워지면 이같은 사례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당 후기와 병원 후기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식당 후기로 맛있다, 친절하다는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의학 평가는 즉흥적인 병원 후기 등 여론에 맡기면 의료가 후퇴되고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병원 후기 허용은 곧 일반인이 의사의 질을 평가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크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치료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의사들이 악의적인 병원 이용 후기로 도태돼 설 땅조차 잃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허용 추진보다는 병원 후기 허용 후 역기능을 분석해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임을 인지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협회는 “의료기관 이용 후기 허용은 국민의 알권리 측면만을 고려한 정책으로 모든 면을 면밀히 살펴 본 후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악성 병원 후기 작성이 크게 우려되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