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둘 다 애매하다”
14일 부산시 수영구에서 만난 안모(71)씨는 “이재명 대표를 무조건 반대할 이유는 없다. 다만 도덕성 문제 때문에 애매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대통령도 장모, ‘검사 출신’ 인사 문제로 애매하다”고 답했다.
안씨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가 ‘정부 탓’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도 노력하는 모습은 보였다는 취지였다. 그는 이 대표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설사 깨끗하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 때문에 깨끗한 게 아닌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부산은 캐스팅보트다. 단순히 여야 한쪽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는다. 화끈하게 밀어주다가도 실책이 보이면 매섭게 심판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출신으로는 최초로 오거돈 부산시장이 선출됐지만, 본인의 성추행 사건 등으로 민심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부산 민심은 지난해 대통령선거도 정권 교체를 선택했다.
내년 4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부산은 민심의 척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쿠키뉴스는 이날 부산 민심을 듣기 위해 시민들을 만났다.
직접 만난 시민들은 ‘안정적 국정 동력 확보’의 여당, ‘정권 심판’의 야당 둘 중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대체로 정부 탓이 아니라고 했지만, 윤 대통령의 이후 행보에 대해 실망감을 내비쳤다.
정모(63)씨는 “윤 대통령이 유치 실패 후 바로 내려온 건 잘했다”며 “그 결과에 대해 시민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게 뻔한데도 와서 들으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반면 장모(30)씨는 “정부에 유치 실패 책임을 돌리고 싶지 않지만, 이후 부산 방문은 너무 요식적 행보라 안 하느니만 못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재벌들을 동원한 자리에 왜 떡볶이가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떡볶이가 서민음식이라고 생각해 한 행동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기분이 나빴다”고 덧붙였다. 유모(50)씨도 “한 마디로 ‘쇼’다”며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는데 갑자기 기업 회장들이랑 왜 떡볶이를 먹냐”고 질타했다.
쿠키뉴스가 이날 만난 부산 시민 12명 중 8명은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해 대선에서 현 여당과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고 했다. 다만 현재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어느 당을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도 감지됐다. 장씨는 “이 대표가 부산에 직접 와서 살펴보고 간 문제들과 관련해 행동으로만 옮겨준다면 부산 민심이 많이 기울 것 같다”고 말했고, 유씨는 “오히려 이 대표가 윤 대통령보다 조금 더 민심에 가까이 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영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2)씨는 “부산은 보수 뿌리가 강하지만 그럼에도 민주당을 아예 안 뽑는다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보여준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대표는 대중에게 ‘하면 한다’는 이미지는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치권도 부산민심이 총선에서 승부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느 당이든 부산에서는 마음을 못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PK(부산·울산·경남)는 국민의힘 정통 지지층이 굳건한 지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 같은 곳”이라며 “국민의힘에 대한 PK 여론 악화는 전체 민심도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은 “부산시민들은 보수 정권이 배출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비판을 하면서도 챙겼다. 그러나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우리 윤석열’이라는 이야기 안 나온다”고 말했다. 부산을 정치 지형상 압도적 보수로 어려운 상태라는 취지다. 전 의원은 “정서적 유대감, 일체감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반사 이익이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에 일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