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속된 마약사범이 2만명을 넘겼지만, 마약 중독 치료·재활에 대해 안내하는 ‘약물중독 상담전화’ 전담 인원이 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쿠키뉴스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최근 5년간 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의 약물중독 상담 전화 현황에 따르면, 약물중독 상담전화를 전담하는 상담 인원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퇴본부에서 운영하는 약물중독 상담전화(1899-0893)는 마약류 중독·예방·재활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는 전화 창구다. 마약류 중독 상담이 필요하거나 친구·가족의 마약류 중독이 의심될 때 익명으로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화를 걸면 서울·대전·부산 중 가까운 지역의 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로 연결된다. 전화 상담 이후 필요에 따라 대면상담도 이뤄지기 때문에 치료·재활의 첫발인 셈이다.
그동안 약물 중독 상담전화는 전담 직원이 아닌 직원이 각자 행정·예방·재활 업무를 병행하는 식으로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21명에서 올해 29명으로 30명이 채 되지 않는 직원 중 상담전화 전담 직원은 없었다.
이들이 1년간 감당한 상담 전화는 3000건이 넘는다. △2018년 5894건 △2019년 4645건 △2020년 3062건 △2021년 3180건 △2022년 3618건 △2023년 9월까지 2765건이 접수됐다.
상담전화 응답률이나 실패율, 시간대별 상담 건수를 따로 집계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1393 자살예방 상담전화, 1388 청소년 상담전화 등이 응답률을 집계해 효과성을 평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운영이 미흡한 실정이다.
박영덕 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법적인 문제 등 전문적인 전화상담은 직원들이 하기 곤란해 현재 제가 혼자 도맡고 있다”며 “심각한 분들은 예약을 잡아 대면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진실 소속의 박진실 마약 전문 변호사는 “전문성을 갖춘 전담 직원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없어 전담 직원을 둘 수 없는 것”이라며 “그간 한국 사회는 마약 중독 재활 관련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장기적으론 전화 상담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운영 확대해도, 전담 전화 상담사 8명
정부는 내년 1월부터 13억7100만원을 투입해 ‘24시간 전화 상담센터’를 개통·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주간에만 운영했는데, 마약류 유통·사용이 더욱 활발한 저녁·심야 시간에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취지다.
주간 시간대에만 상담 전화를 운영했을 때 연간 3000건을 넘긴 상황에서, 야간·심야시간대까지 상담 시간을 확대하면 상담 접수 건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4시간 콜센터 운영을 위한 신규 채용 인원은 8명이다. 마퇴본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24시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8명을 채용할 예정”이라며 “응답률, 실패율도 향후 집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원이 의원은 “지역사회 내 약물중독 예방과 적절한 재활치료를 위한 전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지원을 늘려야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약물중독 치료·재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