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은 평생 재발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뇌 질환” 35년 동안 마약 중독자를 치료한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이 한 말이다. 마약 중독은 만성질환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뜻이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치료를 받아야 회복할 수 있다. 마약 중독을 경험하고 단약 상태를 유지 중인 이들의 경험담을 들어봤다. 회복자들은 지금도 마약 중독으로 고통 받고 있을 이들에게 “혼자 있지 마라” “마약하는 친구와 절연하라” “치료 받으면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6개월에 걸쳐 마약 중독으로 고통받다 경기도 다르크를 통해 8개월간 단약에 성공했어요. 마약에 대한 갈망이 올 때 다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요.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기도 하고요. 3개월 정도 지나니 마약 중독을 이겨낼 노하우도 생겼어요. 처음엔 마약에 중독됐다고 선뜻 용기내 말하기가 무서웠어요. 막상 치료 받으니 회복할 수 있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남명우·28·남)
“21세 때부터 6년 동안 마약 중독의 늪에서 헤매다가 경기도 다르크에 입소한 뒤 7개월간 단약 상태를 유지 중이이에요. 한때는 마약을 절대 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수만 번 단약에 실패했거든요. 다르크에 입소하고 회복한 선임자들을 보면서 조금씩 희망을 갖게 됐어요. 언젠가 또 실패할지 몰라요.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거예요.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이소희·가명·27·여)
“지난 2018년 처음 필로폰을 접한 후 3년 이상 마약에 빠져 살았어요. 교도소를 드나든 끝에 2021년 석방됐고 2년 넘게 회복 중이에요. ‘마약 중독이 당신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회복할 때 용기를 얻었어요. 살면서 경험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남은 인생은 항상 마약 중독을 경계하며 살아야죠. 단약을 위해 지금까지의 가치관을 180도 바꿨어요. 마약을 함께 했던 친구들도 끊어내고 운동과 일, 공부를 하며 하루하루 바쁘게 살고 있어요. 앞으로도 회복을 위해 평생 노력하려 합니다.” (정윤수·가명·53·남)
“30년간 마약에 빠져 살만큼 중독이 심했어요. 그중 20년은 감옥을 10번 드나들 정도였죠. 지금은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마퇴본부) 영남권중독재활센터에 다니며 5년 넘게 단약에 성공했어요. 마약을 하면,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혼자 있으면 단약이 힘들어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꾸준히 치료·재활을 받는다면 회복할 수 있습니다.” (김재현·48·남)
“20년 넘게 단약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17세에 마약에 손을 댄 뒤 40년간 마약 중독에 빠져 있었고, 감옥 생활도 10년 가까이 했어요. 국립법무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어렵게 마약과 결별하고, 현재 다른 중독자들의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중독자로 살며 힘든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압니다. 회복을 하고 싶다면 병원이나, 저희 다르크에 연락하면 도와줄 수 있습니다. 치료 받으면 회복할 수 있어요.”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72·남)
현재 마약 중독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 도움을 요청할 곳이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힘들면 마퇴본부 약물중독 상담전화(1899-0893)를 이용해 익명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병원에서 무료로 치료 받고 싶다면 외래 진료는 서울시립은평병원, 입원 치료는 △ 인천참사랑병원 △ 대구대동병원 △ 국립부곡병원에 요청하면 된다. 내년부터 전국 시·도 17곳에서 운영하는 마퇴본부 중독재활센터에서는 통합사례관리서비스, 직업교육, 심리상담 등을 받을 수 있다. 24시간 입소가 필요한 상황이면 경기, 인천, 대구, 김해에 있는 마약중독재활센터 ‘다르크(DARC)’를 방문하면 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