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김기동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FC서울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김기동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구단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와 머플러 증정식 및 꽃다발을 수여하며 김 감독의 취임을 축하했다.
서울 구단은 지난달 14일 제15대 사령탑으로 김기동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감독은 2023시즌을 앞두고 포항과 3년 재계약을 하기도 했지만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하고 서울행을 택했다. 구단이 계약조건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김 감독은 K리그 사령탑 등 최고 수준의 연봉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K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2013년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6년 포항의 수석코치을 맡았고, 2019년부터는 감독으로 K리그 무대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갔다.
2019, 2020시즌 2년 연속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며 2020시즌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지도력을 인정받았던 김 감독 올 시즌에는 리그 2위 및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지략가로 평가 받았다. 지난 2일에는 ‘2023 KFA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서울 합류가)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5년간 포항에서 부족할 수도 있지만 좋은 성적을 냈고, FA컵 우승을 하면서 변화를 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주위에서 ‘내가 포항이니깐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이 내게 손을 내밀었고,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취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서울에 오면서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도전에 있어 부담 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서울에 왔다. 서울이 찬란한 영광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라며 “자신도 있다. 팬들에게 기쁨을 주며 같이 웃으면서 한 해를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서울 구단에 대해 “관중이 많은 점은 상당히 나에게도 좋다. 좋은 선수들이 있고, 좋은 경기를 함으로써 팬들이 많이 온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하면서도 “서울이 가장 바꿔야 할 부분은 성적이다. 지금 몇 년 간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올해는 서울이 상위권에 있을 수 있도록.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서울과 경기를 할 때 부담스러운 부분은 황의조, 황인범, 윌리안, 기성용, 조영욱 등 기술적인 선수, 능력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한 방 있는 선수들이 있어 부담스러웠다”라면서도 “서울에 부족했던 부분은 팀이 조직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기술적인 선수가 많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승리와 우승을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팀빨리 팀워크로 조합을 이뤄내고, 팀원이 하나가 돼 축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 감독은 서울의 ‘명가 부활’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맡았다. 서울은 2020시즌부터 4시즌 연속 하위 스플릿에 머물렀다. 과거 6번의 K리그 우승(전신 안양 치타스 시절 포함)을 포함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과거는 어느덧 옛말이 됐다.
그는 “주위에서는 서울이 그 동안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상위 스플릿만 올라가도 되지 않을까’란 얘기를 하지만 그 보다 높은 순위를 바라보고 있다”라면서 “지금 당장 우승을 한다고 할 수 없겠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ACL에 진출해야 구단의 가치가 올라가고, ACL에 올라가면 선수들의 가치가 올라가고 좋은 팀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고 첨언했다.
서울이 하위권으로 쳐지면서 K리그는 울산과 전북의 양강 체제로 굳혀졌다. 최근 10년 중 2서울이 우승을 차지한 2016년을 제외하면 전북이 7회, 울산이 2회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두 팀에 대해 “감독을 맡으며 어느 한 팀만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전북과 울산을 상대로 승리를 한다고 하면 더 높은 곳으로 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면서 “울산과 전북은 경쟁자가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런 팀을 이기지 못한다면 높은 곳에 위치할 수 없다. 두 팀 뿐만 아니라 모든 팀을 이겨서 좋은 위치에 가고 싶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서울에서의 지도 철학에 대해 “포항에서는 선수들하고 가깝게 지내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서울에서는 선수들과 아직 생활을 같이 해보지 않았지만 선수단이 개인적인 시간도 많이 가지고, 선수들끼리 친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라면서 “그런 부분부터 터치를 하려고 한다.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감독이 아닌 축구 선배로 다가가서 고충을 들으려 한다. 선수들과 친밀하게 지내다보면 서로간의 믿음이 생길 것이고, 성적으로 이어질 거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내가 생각하는 ‘서울다움’은 K리그를 주도해서 이끌어가야 한다. 성적부터 관중 흥행까지 우선이 돼 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책임이 상당히 중요하다. 성적이 돼야 모든 것이 이뤄진다. 성적이 나와야 ‘서울다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성적에 신경을 쏟아 정진하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선수단을 향해 “근 몇 년 동안 자꾸 상위 스플릿에 올라오지 못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에 있어 선수들에게 김기동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생각한다. 감독인 나를 믿어줬으면 한다. 나를 믿고 따라와준다면 이루어질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끝으로 팬들에게는 “다른 얘기 보다는 올 한 해 서울 팬들이 환호하고 웃음이 떠나지 않게 좋은 축구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