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세계 공통어인 이유" KAIST 인공신경망으로 음악본능 규명

"음악이 세계 공통어인 이유" KAIST 인공신경망으로 음악본능 규명

음악의 시간적 구조 부호화하는 인공 뉴런 관찰
음악치료, 음악인지 연구 원천 모델 기대

기사승인 2024-01-17 14:39:29
음악의 박자와 멜로디는 언어와 생활방식이 각기 다른 문명권을 관통하는 동질적 본능요소를 갖고 있다.

때문에 음악은 세계 공통어로 불릴 만큼 동서고금을 초월한 문화적 보편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음악의 이런 보편성이 뇌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뇌와 인공신경망의 음악성 일러스트레이션(DALL 그림). KAIST

지금까지 학자들은 다양한 문화권에 존재하는 음악의 보편성과 차별성을 연구, 음악적 공통성이 발현되는 원인을 규명코자 시도했다.

그 결과 2019년에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민족지학적으로 구분된 모든 문화에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유사 형태의 박자와 멜로디가 사용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또 신경과학계는 뇌의 청각피질에 음악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특정 영역이 존재하는 것도 확인했다. 

인공지능이 밝혀낸 뇌의 음악본능

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팀이 인공신경망 모델을 활용해 뇌가 특별한 학습 없이 음악본능을 나타내는 원리를 규명했다. 

연구팀은 인공신경망으로 자연의 소리정보를 학습시켜 음악 인지기능이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인공신경망에 구글에서 제공하는 대규모 소리 데이터를 학습시킨 결과 네트워크 모델 내에서 음악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뉴런이 발생한 것을 발견했다.

이 때 언어, 동물소리, 환경음, 기계소리 등에 거의 반응하지 않다가 기악이나 성악 등 음악에는 높은 반응성을 보이는 뉴런이 자발적으로 형성된 것에 주목했다.

음악이 포함되지 않은 자연소리 인식을 학습한 인공신경망의 잠재 공간에서 음악과 비음악의 구분을 표현한 모식도. KAIST

연구팀은 형성된 인공 뉴런이 음악을 시간적으로 잘게 나눈 재배열 소리에는 반응이 감소한 것을 토대로 뉴런이 음악의 시간적 구조를 부호화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이런 성질은 클래식, 팝, 락, 재즈, 전자음악 등 25종의 다양한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구팀은 음악 선택성 뉴런 활동을 억제하면 다른 자연 소리에 대한 인식 정확도가 크게 떨어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토대로 음악정보 처리기능이 다른 자연 소리정보 처리에 도움을 주고, 음악성은 자연 소리를 처리하는 진화적 적응으로 형성된 본능일 수 있다고 유추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음악 정보처리가 자연 소리정보 처리를 위한 진화적 압력이 기여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를 사람과 유사한 음악성을 인공적으로 구현해 음악생성 AI, 음악치료, 음악인지 등 연구에 원천 모델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는 “현 연구는 음악학습에 의한 발달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기초적 음악정보 처리에 관한 논의”라고 덧붙였다.

대덕특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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