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세계에서 5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연합뉴스와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달 탐사선 ‘슬림(SLIM)’이 이날 오전 0시쯤 달 상공 15㎞에서 강하를 시작해 약 20분 뒤 달 적도 부근 표면에 착륙했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탐사선의 태양전지 문제로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사태 파악을 하느라 초조한 모양새다.
달 적도 부근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으나, 태양전지 문제로 슬림이 멈출 수 있어서다. 앞서 구니나카 히토시 JAXA 우주과학연구소장은 이날 오전 2시10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착륙에 성공했다”며 “슬림이 데이터를 정상적으로 지구에 보내고 있으며 대체로 잘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착륙 지점 오차를 기존 수㎞ 이상에서 100m 이내로 대폭 줄인 ‘핀포인트’ 착륙 성패에 대해서도 “계획대로 궤도를 그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핀포인트 착륙을 했는지는 약 한 달 간의 데이터 분석 등을 거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거로 예상되지만, 구니나카 소장은 “개인적으로 실증했다고 생각된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착륙 직전에 소형 로봇 ‘소라-Q’ 2개가 예정대로 분리됐고, 그 중 1개로부터는 전파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X(옛 트위터)에 “매우 좋은 뉴스”라는 소감을 밝혔다. 현지 언론들도 슬림의 달 착륙을 ‘역사적 쾌거’로 평가하며 일본이 우주 분야에서 존재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니나카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점수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는 “신랄하게 얘기하자면 겨우 합격인 60점”이라고 말했다. 슬림이 착륙 과정에서 맹렬한 속도를 급격히 줄여야 하는 20분을 잘 넘긴 것처럼 보였으나, 잠시 후 태양전지가 발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후지모토 마사키 JAXA 우주과학연구소 부소장 역시 회견에서 “빨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며 “데이터를 얻기 위해 초조한 상황이라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슬림은 달에 착륙한 뒤, 태양전지로 발전해 특수 카메라로 달 표면 암석에 포함된 광물 종류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착륙할 때, 기체의 자세가 흐트러져 태양전지에 태양광이 닿지 않는 상태가 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태양전지가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않으면 며칠 동안 운용할 예정이었던 슬림은 몇 시간 만에 멈춰 버릴 수도 있다. 다만 태양의 기울기가 변해 태양전지에 햇빛이 닿으면 배터리가 소진되더라도 슬림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구니나카 소장은 설명했다.
후지모토 부소장은 슬림 개발에 20년 이상 소요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배터리의 끝이 미션의 끝은 아니다”라고 상황 파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