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 열풍에 카드사 “숙제 하나 더 늘었네”

기후동행카드 열풍에 카드사 “숙제 하나 더 늘었네”

출시 십여일 만에 32만장 넘게 팔려
실물카드는 품귀현상까지
“우리 카드 지갑서 빼면 어떡하나”

기사승인 2024-02-07 14:00:07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에 있는 ‘기후동행카드’ 안내문. 사진=임지혜 기자

서울시내 대중교통을 월 6만여원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가 인기다. 카드사들은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기후동행카드가 대신하면서, 자사 체크·신용카드 사용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판매를 시작한 기후동행카드는 5일까지 모바일 카드 13만3000장·실물카드 19만4000장 등 총 32만7000장이 팔렸다.

지금까지 기후동행카드로 대중교통(지하철·버스)을 탄 사람은 총 22만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1주 전인 지난달 29일(14만2765명) 대비 56% 증가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전국 최초의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이다. 서울 지하철과 심야버스(올빼미버스) 등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6만2000원·6만5000원 두 가지 요금제 중에 선택할 수 있으며 6만5000원권을 구매하면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 이용자의 56%가 20, 30대 청년층이다. 30대가 29%로 가장 많았고 20대 27%, 50대 19%, 40대 17%였다. 청년층이 교통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크게 느끼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실물카드는 품귀현상까지 겪고 있다. 실물카드 초기 준비물량(20만장) 약 97%는 판매가 끝났다. 서울시는 실물카드 15만장을 추가 만들고 있으며 7일부터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실물카드 수요가 많은 것은, 스마트폰 이용자 중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만 기후동행카드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동행카드 흥행은 전업 카드사에는 그다지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기존에 카드사들은 일부 신용·체크카드에 후불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해 제공해왔다. 충전하는 번거로움 없이 한 달치 금액을 나중에 한꺼번에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기후동행카드가 나오면서 대체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더욱이 카드사들은 업황 악화로 이미 고민이 깊은 상태다. 조달 비용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이 장기화되고 있어서다. 연체율까지 상승하면서 카드사들은 올해 경영 키워드를 ‘생존’으로 잡았다. 빅테크의 간편결제 공세로 실물 카드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도 하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기후동행카드 출시가 당장 타격이 크지는 않지만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맞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교통카드 기능이 사실 카드사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서비스는 아니다”라면서도 “카드사 매출 파이를 일부 뺏어가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친환경, 교통비 절감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성격이 강해 카드사들이 매출 감소에 대해 언급하는 게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이 신용·체크카드를 교통카드로 사용한다고 하면 결국 그 카드를 매일 들고 다닌다는 뜻이다. 고객이 조금이라도 그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라며 “어떻게 보면 그동안 교통카드 기능을 통해서 고객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었던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 지갑 속 여러 카드 중, 교통카드용으로 쓰이던 적어도 한 장은 빠질 수도 있게 됐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우리 카드를 고객이 항상 들고 다녀야 하는 새로운 이유를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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