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최민식 “연기는 작품과의 싸움” [쿠키인터뷰]

‘파묘’ 최민식 “연기는 작품과의 싸움”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4-02-27 06:00:28
배우 최민식. 쇼박스 

“잘 쓰고 갑니다.” 영화 ‘파묘’에서 지관 상덕(최민식)은 파묘 후 100원짜리 동전을 던진다. 현실에선 흔히들 10원을 던지지만 영화에선 100원으로 바뀌었다.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담긴 100원짜리를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던 배우 최민식이 던지다니.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음에도 의미심장하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개봉 당일이던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이를 두고 “이런 반응이 정말 재밌다”며 너털웃음을 쳤다.

최민식이 연기한 지관은 땅을 보는 풍수사다. 묫자리를 짚어주고 자리를 팔아 돈을 번다. 극 중 상덕이 던지는 100원처럼 지관들은 이장을 위해 묘를 파면 그 자리에 동전을 둔다. 악지엔 10원, 길지엔 500원을 던진다. 최민식은 일반적인 풍수사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끝없이 관찰했다. 산에 오를 때도 일반인과는 달리 자연을 감상한다. 그는 “지관은 도드라진 버릇이 없더라”면서도 “특유의 시야를 들여다 보며 흙만 열심히 먹었다”며 웃었다. 뚜렷하게 표현할 특징이 없는 만큼 성실히 연기하며 네 캐릭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파묘’에서 지관 상덕 역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의 모습. 쇼박스 

최민식은 ‘파묘’에 합류한 이유로 “장재현 감독을 향한 관심”을 들었다. 현장에서도 “조감독이 된 심정”으로 “벽돌 한 장 쌓듯” 연기했다. 감독이 원하는 건 뭐든 다 해주고 싶었단다. 함께 작업하며 그를 향한 신뢰가 더욱 커졌다. “형이상학적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지 옆에서 지켜보고 싶었어요. 오컬트를 딱히 좋아하는 않았어도 감독의 전작들은 재미있게 봤던지라 기대감이 있었죠. 함께 작업해 보니 흙 색깔 하나하나 확인하는 집요함이 좋았어요. 뚜렷한 주관이 있던 만큼 더욱 믿을 수 있었어요. 감독뿐 아니라 우리 팀의 메시였던 (김)고은이와 넉살 좋던 (이)도현이, (유)해진이까지 모든 배우가 좋았죠.” 

‘파묘’는 의도적으로 허리를 베어낸 작품이다.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는 ‘험한 것’이 사건 중심에 선다.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이미 정해진 방향이었다. 최민식은 “오컬트적 요소가 현실화됐을 때 관객 반응이 궁금하더라”면서 “반응이 갈릴 순 있어도 다양한 시도 자체를 좋게 본다. ‘파묘’의 주제와 메시지에 크게 어긋났다면 내 이름 석 자 걸고 출연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를 높이 샀다. 최민식은 ‘우리 땅에 트라우마가 많다’는 감독 말을 인용하며 “오컬트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일제가 우리 땅에 낸 상처를 치유한다는 정서에 근간을 두는 게 정말 좋았다”고 했다.

최민식. 쇼박스 

근래 최민식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잇따랐다. 35년 만에 도전한 첫 오컬트 ‘파묘’에 이어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고 가수 자이언티의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등 기존과 다른 행보를 이어왔다.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있다”는 그의 발걸음엔 작품을 향한 진심이 있다. 예능 출연이 특히나 그렇다. “영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상에서 내린 결정이란다. “내게 연기는 삶이자 생활”이라고 말을 잇던 그는 “스스로 대견한 건 한 눈 팔지 않고 외길을 걸어온 것”이라며 “연기로만 노출되고 싶은 마음이 언제나 크다”고 말했다.

“저라고 왜 마냥 행복하기만 하겠어요. 영화 속 삶이 행복하고 기쁠 때도 있지만 우리네 인생이 늘 그렇듯 힘들고 지치거나 괴로울 때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이 삶 자체에 회의감은 없어요. ‘더 잘 연기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와 반성만이 있죠. 연기는 작품과의 싸움이에요. 그 싸움을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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