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전임의에 이어 교수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필수의료 분야 교수들이 사직서를 던지고, 삭발을 감행하는 등 의사 집단행동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5일 충북대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날 SNS를 통해 “동료와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중증 고난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정부의 의대 정원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근거도 없는 무분별한 2000명 증원은 분명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며 “필수의료 강화라고 하는 지원은 결국 밑 빠진 항아리에 물을 조금 더 넣어주는, 의미 없는 단기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더 이상 필수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인턴, 전공의 선생님들이 사직을 하고 나간다고 하는데, 사직하는 것을 막겠다고 면허정지 처분을 하는 보건복지부의 행태나 생각 없이 의대 정원 (증원) 숫자를 써내는 총장들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필수의료 분야 교수도 사직 행렬에 뛰어들었다. 윤우성 경북의대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SNS를 통해 “외과 교수직을 그만둔다. 이미 오래 전 번아웃 됐고, 힘만 더 빠진다”면서 “외과가 필수과라면 그 현장에 있는 우리가 도움 안 되고 쓸 데 없는, 나쁜 정책이라고 말하는데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여론몰이에 몰두해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윤 교수는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장미빛 미래도 없지만 좋아서 들어온 외과 전공의들이 낙담하고 포기하고 있고, 우는 아이한테 뺨 때리는 격으로 정부는 협박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라고, 후배 의대생에게 외과 전공의 하라고 자신있게 말을 못하겠다”며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서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했다.
‘삭발식’까지 감행하며 행동에 나선 교수들도 있다. 강원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5일 강원도 춘천 강원의대 앞에서 대학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반대하며 삭발했다.
류세민 강원의대 학장(흉부외과 교수)과 유윤종 의학과장(이비인후과 교수)은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강원대는 기존 의대 정원 49명의 3배에 육박하는 140명으로 증원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서울아산병원·강릉아산병원·울산대 의대 교수들도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사법적 처리가 현실화 된다면 제자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희대 의대 교수의회 역시 성명을 내고 “의대생과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고 모든 수단을 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