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씨가 결국 한국으로 송환될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AP·WSJ·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씨를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지난 5일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권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미국 인도 결정을 무효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한국이 미국의 인도 요청 시점보다 앞서 제출했는지에 대한 절차상 문제가 거론됐다.
다만 고등법원의 마리야 라코비치 대변인은 검찰이 또다시 항소하지 않아야만 권씨가 한국으로 인도된다고 밝혔다. 최종 판결이 언제 내려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애초 몬테네그로 고등법원은 지난달 21일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 형벌 상한이 낮은 한국으로의 송환을 바라는 권씨 측은 불복해 상소했다. 한국 송환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겪은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선택지다.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중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로, 100년 이상의 징역도 가능하다.
권씨는 지난 2022년 테라·루나 화폐가 급락하자 세계 각국 투자자에게 최소 400억달러(53조4000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를 받는다. 권씨는 테라 코인이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 고정(페깅)이 이뤄지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홍보했다. 2022년 5월초 루나와 연결된 테라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는 디페깅 현상이 일어나며 대형 투자자들이 코인 물량을 털어냈고 테라와 연동된 루나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기도 전에 대폭락하며 일주일 사이 루나 손실률은 99.9%에 달했고, 손실 규모는 400억달러로 추산됐다. 국내에서만 30만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나오면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수배 상태가 된 권씨는 측근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 전용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한씨는 지난달 5일 한국으로 송환돼 같은 달 2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