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암 중 사망 원인 1위는 유방암도, 난소암도 아닌 폐암이지만 저조한 인식에 따라 발견이 늦기 일쑤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은 만큼 적극적인 검사와 관심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딸이자 엄마인 모든 여성이 폐암을 조기에 검진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전세환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이사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여성 폐암 조기 검진 캠페인’ 출범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 대표는 폐암 4기였던 아내와 지난해 사별했다.
전 대표는 자신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 등 세계 최고의 폐암 치료제를 보유한 회사의 한국지부 리더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폐암 진단이 늦어 결국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 대표는 “아내는 45세 이하였고, 비흡연자였으며,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는 건강한 사람이었다.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엑스레이를 찍었지만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면서 “폐암의 무서움은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기침에서 피가 섞여 나오면 폐암 4기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유방암, 난소암 등 대표적인 여성암은 조기 검진 가능성이 커 환자 95%가 1기에 진단되는 반면, 폐암 1기 진단율은 30%에 불과하다”며 “여성들은 주기적으로 저선량CT나 AI(인공지능)가 탑재된 엑스레이를 찍고, 남성들은 자신의 아내, 딸, 어머니가 폐암 검진을 받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폐암은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사망률 1위인 암종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폐암으로 사망한 여성의 수는 유방암, 난소암으로 사망한 여성의 수를 합한 것보다 많고, 최근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환자 10명 중 4명은 다른 장기에 ‘원격 전이’가 발생한 4기에 진단된다. 늦게 발견될수록 생존율은 낮아진다. 2015년에 진단된 폐암 환자 2657명을 조사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비소세포폐암 4기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0%로 극히 낮다.
기름 연기, 간접 흡연 등 여성도 폐암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지만, ‘폐암은 남성이나 흡연자가 걸리는 암’이라는 편견이 여성들의 검진 비율을 떨어뜨린다. 최근 한국리서치가 10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들이 꼽은 여성 사망 1위 암종은 유방암(40%)이었다. 폐암을 꼽은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한 번도 폐암 검진을 받지 않았다’라고 응답한 여성 응답자는 428명이었다.
평소 기저질환이나 폐암 가족력이 없고, 흡연도 하지 않는 여성이 폐암 검진의 필요성을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1015명 중 66%는 ‘증상이 없어서’, 41%는 ‘검진 방법을 몰라서’ 검진을 받지 않았다.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폐암 조기 검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전 대표는 “오늘도 어디선가 여성이 폐암을 진단받고 사망하고 있다. 이는 가족에게, 자라나는 자녀에게 굉장한 불행이다. 이런 불행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라며 “주변 사람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달라”고 했다.
장필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은 “여성 폐암 환자의 94.4%는 비흡연자”라며 “폐암과 흡연의 연결고리 때문에 폐암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검진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많은 여성이 폐암 조기 검진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개인뿐만 아니라 의료계, 국회, 정부 등도 여성들의 폐암 검진 환경 변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폐암 4기를 진단받아 치료를 진행 중인 이희정 한국폐암환우회 이사는 환자들에게 치료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이사는 “폐암에 걸리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 의학이 발달하고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왔다. 희망을 갖길 바란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대한민국 모두가 ‘폐암은 꼭 검진을 통해 챙겨야 하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향후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캠페인을 통해 여성 폐암의 심각성을 알리고, 조기 검진을 촉구하는 다양한 인식 개선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