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납 종신보험’ 가이드라인 피했지만…눈치껏 환급률 조정

‘단기납 종신보험’ 가이드라인 피했지만…눈치껏 환급률 조정

기사승인 2024-03-26 14:00:11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감독원이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대신 자율 시정을 권고하자, 보험업계가 환급률 조정 눈치 보기에 돌입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단기납 종신보험의 현행 환급률 수준이 적정한지 평가하고 자율적인 시정에 나설 것을 생명보험협회에 권고했다. 높은 환급률이 보험사 수익성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보장을 하지 않도록 자율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해달라는 내용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을 10~30년으로 설정한 기존 종신보험과 달리, 보험계약을 5~10년까지 유지하면 납입한 보험금보다 많은 해지환급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올해 초 최대 135%의 높은 환급률을 보장하는 상품까지 나와 인기를 모았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된 지난해부터 저축성 보험보다 단기납 종신보험 같은 보장성보험이 미래 수익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산정에 유리해 적극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이번 권고로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들이 환급률 최대 107%까지 보장하는 5·7년 단기납 종신보험을 내놓자, 금융당국은 환급률이 100%를 넘지 못하게 제한했다. 하지만 환급 시점을 5·7년 대신 10년으로 조정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내놨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1월 단기납 종신보험 10년 유지 환급률이 130%를 웃도는 생보사를 대상으로 2주 동안 현장 점검에 들어갔다. 이후 환급률이 120%대 초반으로 낮아졌으나, 금감원은 최근 업계에 9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날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예고했던 별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대신 자율 시정을 권고했다. 현장검사 이후 대다수 보험사들이 환급률을 120%대로 내린 것이 금감원에서 준비한 9가지 시나리오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다음달 개정 상품에도 과당경쟁이 벌어질 경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보험사 경영진 면담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 대신 명확하지 않은 자율 시정 권고가 나오자, 보험업계는 환급률 조정 눈치 보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수요와 수익성 모두 높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상품이 개정되는 다음달 1일 각 보험사가 어느 정도로 환급률을 조정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율 시정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다들 물음표일 것”이라며 “지금 환급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어느 정도로 조정할지 다음달 1일까지 서로 눈치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보다 환급률을 더 이상 높일 수 있는 회사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보업계는 단기납 종신보험 이후 주력할 만한 새로운 보험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올해 초부터 요양보험, 간병보험 등 신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처음 현장 조사를 나온 지난달 말부터 한달 정도 시간이 있어 대형사들은 이미 신상품 준비를 마쳤을 것”이라며 “각 보험사마다 새로운 전략과 단기납 종신보험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가져갈지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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