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화 제의에도…서울대 의대 교수까지 ‘줄사표’

정부 대화 제의에도…서울대 의대 교수까지 ‘줄사표’

기사승인 2024-03-25 20:29:27
지난 11일 전공의 파업이 진행 중인 서울 한 대형병원의 모습. 사진=곽경근 대기자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불구, 전국 의대 교수들이 줄줄이 사표를 제출하고 있다. 의대생·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정부와 타협 없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5시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 등 4개 병원 교수진이 참여하는 총회를 열었다. 총회에는 약 400여명의 교수들이 참석, 자발적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서울대 전체 의대 교수의 약 30%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독단적·고압적으로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정부의 태도에는 여전히 미동이 없고 제자들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 정책의 일방적 추진은 의료 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만들었고 국민과 의사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추락하는 대한민국 의료를 제자리로 돌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의대 증원 정책을 즉시 멈춰 달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뿐만이 아니다. 전국 40개 의대에서도 교수들의 사직 행렬이 이어지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교수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사직서 제출을 선언했다. 비대위는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의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성명에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해도 당장 의료 현장을 떠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명에서 ‘책임을 맡은 환지의 진료를 마친 후’라는 단서가 붙었다. 다만 신규 환자와 외래 환자 등에 대한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환자 단체들도 불안감을 토로 중이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전날 여당과 의료계의 대화로 의정갈등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관측도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24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후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유연하게 해달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수용,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유연한 처리 방안”을 주문했다.

갈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전의교협은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철회 및 재검토를 재차 요구했다. 입학정원과 배정은 협의나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예고된 의대 교수들의 사직과 진료시간 축소도 변함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됐다.

다만 증원 인원이 현재보다 줄어든다면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언급됐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6일 의료계 주요 관계자들과 자리를 마련, 의료개혁에 대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계 관계자들과 만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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