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연경(36)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우승 기회를 잡으려 한다. ‘배구 여제’가 왕좌에 오르면서 지난 시즌 준우승의 아픔을 씻을 수 있을까.
흥국생명은 28일 오후 7시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현대건설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챔프전) 1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지난 26일 흥국생명은 정관장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18 25-19 25-19) 승리를 따내고 챔프전에 올랐다. 역시 주역은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은 21득점,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챔프전 진출을 이끌었다. 뛰어난 득점력에 더해 공격성공률 54.5%라는 놀라운 결정력마저 선보였다. 경기 후 김연경은 “어렵게 챔프전에 진출했다. 이번에는 꼭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로써 김연경은 개인 통산 7번째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됐다. 2005~2006시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김연경은 4시즌 간 정규리그 MVP를 무려 3번 수상하는 등 팀을 이끌고 ‘흥국생명 왕조’(동기간 우승 3회)를 세웠다.
하지만 해외 도전 후 흥국생명으로 다시 돌아온 뒤엔, 그토록 원하던 V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김연경은 2020~2021, 2022~2023시즌 팀을 챔프전에 올려놨으나 매번 고배를 마셨다. 김연경의 마지막 챔프전 우승은 아직도 2008~2009시즌에 머물러있다. 이번 챔프전에 15년 동안 못 이룬 우승을 노린다.
김연경에게 이번 우승 도전이 남다른 이유는 현재 그가 은퇴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이미 지난해 은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흥국생명이 챔프전에서 도로공사에 V리그 역대 최초로 리버스 스윕(2승 후 3패)을 당하며 통합우승에 실패하자, 김연경은 올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과 1년 재계약에 사인했다. 은퇴보다 우승을 향한 열망이 더 컸기에, 김연경은 배구 코트에 다시금 섰다.
올 시즌 김연경의 생각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연경은 은퇴 질문에 “계속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노코멘트”라 답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번 챔프전 도전이 어쩌면 ‘라스트 댄스’가 될 수 있는 셈이다.
30대 중반, 은퇴를 앞둔 나이에도 김연경은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기록만 보더라도 흥국생명 내에서 김연경이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올 시즌 김연경은 775득점을 올리며 팀 주포로 활약했다. 팀 내 최다 득점이자 톱10(6위)에 있는 유이한 국내 선수(10위 양효진)였다. 공격성공률 역시 44.98%로 전체 2위에 올랐다. 수비 지표인 리시브 효율마저 42.46%로 전체 5위를 기록했다. 775득점을 올리며 수비 지표 5위를 차지한 완벽한 공수겸장인 김연경이다.
챔프전 상대 현대건설도 김연경을 가장 주시하고 있다. 지난 18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현대건설 이다현은 가장 막고 싶은 상대로 주저하지 않고 김연경을 꼽았다. 그 이유로 “흥국생명 모든 공격의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레전드’ 김연경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기회에서 현대건설의 견제를 뚫고 1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